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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n 26. 2024

평양 감사도 제 맘대로

존중과 이끎 사이

6학년 큰 아이가 학교에서 안내장을 받아왔다. 5학년 때도 받아왔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권해 주고 싶은 게 엄마맘이다.


요즘 세상에 낯선 일일 수도 있지만 우린 학원 대신 다른 선택을 하고 아이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다른 선택이라고 해서 특별히 집에서 하는 것은 없다. 단지 공교육을 믿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현하길 기다려줄 뿐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을 따로 다니는 것이 아니니 약간의 조바심이 내게도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  5학년 겨울 방학을 보내며 충분히 이야기 나누었다고 생각했다. 여름 방학 캠프 때 좋은 성적이 확인되면 겨울 방학 땐 해외로의 캠프로 이어지는 기회이기에 엄마 입장에선 놓치고 싶지 않은 선택이었다. 지역 사회에 사는 혜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요놈, 막상 닥치니 신청하지 않겠단다. 


이 시점에서 슬쩍 평정심을 잃을 뻔했다. 우리 집의 철칙 중의 하나가 억지로 뭔가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공부와 관련해서.. 그건 자발적으로 했을 때 최대의 효과가 나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그대로 실천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수많은 유혹을 굳은 소신으로 버텨야 한다. 그것을 함께 돕는 남자가 곁에 있어서 흔들릴 때마다 잡아준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흥분되려는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고르고 생각에 빠진다. 과연 부모는 이런 선택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고 그래도 권유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생각해야 했다. 간단히 몇 마디 더 나누고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녀석의 정해진 맘을 돌이킬 수 없어 보였다. 녀석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렇다고 엄마도 쉽게 포기가 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등교하러 나서는 녀석의 뒤통수에 대고 마지막으로 던져본다.


"참새야, 엄마가 한 가지만 물어볼게. 마음에서 부담돼서 안 하겠다는 거야, 아님 뻔할 거 같아서 그러는 거야?"

"뻔할 거 같아서요~!"


휴우~  

초등학교 6학년 생이 벌써 뻔하다는 표현을 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지 그건 모를 것일 텐데...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지 오만이라 해야 할지 난감하다. 아직 뭘 모르는 나이이긴 하지. 아쉬움이 좀 남았다.


[그래도 너의 선택을 존중할 거야.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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