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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l 11. 2024

<나는 솔로>를 봅니다

수요일을 기다린다. <나는 솔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재미를 느껴 보게 된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화면 속 그들의 사연에 호기심으로 보기 시작했던 거 같다. 여기 브런치에서도 여러 사연을 만나듯 새로운 사연들에 흥미를 느낀다.


흥행 순위가 아무리 상위권이라 해도 판타지니 블럭버스터니 하는 것들은 내겐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백만 관객이니 천만 관객이니 해봐야 그냥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좋다. 그중에서도 로맨스는 최고다.


그 둘이 마음을 여는 과정은 비밀 상자를 여는 것처럼 가슴이 뛴다. 둘이 서로를  알아보는 순간부터 설렘을 타고 가까워지과정매번 신선하고 보고 있으면 덩달아 행복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설렘'이란 감정이 진짜 좋다. 각본대로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는 멋진 대사 날리는 드라마도 아닌데, 그것도 남의 연애에 왜 꽂힌 걸까 생각해 보았다. 분명히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첨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자랑하는 멋진 남녀가 연애를 못해 이런 곳에까지 나오다니! 어쩌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반하는 심리로 위안을 받는 부분도 있었던 거 같다. '난 그렇게 뛰어난 그들이 갖지 못한 결혼을 했잖아'라는 좀 비뚤어진 심사도 있었던 거 같다. 아니 스스로에 대한 위로라고 할까?


첫 회를 지나 자기소개를 마치면 모두 나름의 생각과 개성으로 멋져 보인다. 하지만 화면에 추가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보이는 또 다른 모습에 나의 감정까지 같이 정리되는 거 같다. 그 속에 나의 이야기도 오버랩되면서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 난 저런 남자는 별로야~"

"나도 저런 여자는 딱 싫어!"

"서방~ 저런 모습 꼭 나 같지 않아?"

"저런 사람이 왜 아직 짝이 없는 거야~ 괜찮아 보이는데"


좋고 싫음이 명확한 이 남자도 맞장구를 친다. 어쩜 이 남자의 맞장구가 더 재미나서 "같이"보는 것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 같은 맘 때론 다른 의견을 내면서 어느새 토론의 장까지 발전하는 그야말로 이럴 땐 찰떡궁합이다!


레이더망을 그때보다 더 강력하게 발사하여 하나하나 세심하게 누군가를 살피는 때가 또 있을까. 짧은 시간에 상대를 파악해야 하고 또 나를 표현해야 한다. 나도 너를 평가하고 너도 나를 평가해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점수 매기며 온통 신경을 집중시킨다.


"난 저런 여자였음 윤정이 안 만났을 거야"

나도 마찬가지로 저런 사람이었음 안 만났겠지.


세상의 모든 기운을 끌어 모아 선택한 상대란 이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나를 그렇게 바닥까지 흔들었던 무엇이 있었던 것이겠지. 다정하게 바라봐 준 눈빛이라든지, 예의를 갖추는 방식이라든지, 어떤 주제도 이야깃거리가 되는 박식함이나 내가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한 통찰, 얼핏 보이는 수줍음 등등... 처음이라 더 어색했던 그 어설픔까지도...


그랬던 그 기억 다 어디로 갔는지 이 남자가 미워질 때도 있게 마련이다. 그 프로그램을 같이 보면서 다시 내 맘을 다독였을 수도 있다.  그래, 나의 선택에는 남들이 모르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잖아. 나하고만 잘 통할 거 같은 그 무엇~ 그래, 찬찬히 다시 그를 들여다보자. 익숙함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잊고 있었던  남자를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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