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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l 12. 2024

쓸데없는 의리일까요

신뢰는 시간이 만들어주는 것


아이들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더 어릴 적에는 애가 타기도 하고 처음 경험하는 불안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지금 당장 해결책이 없으면 아기가 어찌 될 것만 같고 허둥지둥 들쳐 메고 병원으로 달린다. 돌아와서도 한두 번 약 먹이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도 자랐다. 간단한 감기 증상, 그럴  어찌 대처하는지 정도는 알고 기다릴 줄 안다.

 

내가 사는 이곳은 단위 지역으로 보통 젊은 엄마들은 아이가 아파 잘 낫지 않으면 가까운 대전으로 조금 큰 병원을 찾는다. 이곳에는 없는 유아 전문 치과를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한다.


나는 내가 다니는 병원 의사 선생님을 믿는다. 아니 믿으려고 한다. 의지가 담긴 말이다. 선생님께서 약을 강하게 쓰지 않아도 된다시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다려본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보단 이쪽으로 더 경험과 지식풍부할 테니.. 그러면 어느새 증상이 줄어들고 잦아진다.


이 병원으로 옮기게 된 계기가 있었다. 다니던 소아과에서 둘째 아이의 피부를  진료받았는데 잘 낫지 않아 누군가의 소개로 이 병원으로 오게 되었다.


"돌도 안 된 아기에게 쓸 수 있는 약은 한계가 있어요. 대한민국 어딜 가도 그럴 거예요."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믿을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해 주니 믿음은 차츰 쌓여갔다. 전문직으로 자기들만 아는 정보인 양 아무 설명도 자세히 없이 처방만 내리는 그런 의사 선생님들과는 달라 보였다.


얼마 뒤엔 둘째 아이 다리가 많이 휘었으니 큰 병원 가보라는 충고도 들어 큰 병원을 가보기도 했고, 큰아이 피부에 생긴 트러블이 심각해 선생님께서 직접 추천해 주시는 대전 모 피부과를 찾기도 했었다. 선생님께서는 직접 주소를 적어 쪽지를 주시는 친절함까지 갖고 계셨다.

이런 일 들이 반복되면 신뢰가 쌓인다. 아.. 이 선생님은 자신의 진료 한계를 알고 계시구나... 믿을 수 있겠어!


얼마  하교 시간 학교 문 앞에서 작은 아이를 기다리는데 옆에 두 학부모의 대화가 들렸다. 일부러 들으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귀에 익은 병원 이름에 귀가 쫑긋 했다. 내가 가는 병원 선생님 이야기였다. 약을 너무 약하게 써서 잘 낫지 않아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서로 나누며  나도 나도 맞장구치며 공감을 공유하고 있었다.


내 생각에 우리 병원 선생님도 나름 소신을 가지고 진료하신다. 언젠가는

 "우리 아이라도 이렇게 약을 지을 거예요~"

라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이보다 더 신뢰 가는 말이 또 있을까. 선생님에게도 우리 아이들과 같은 연령의 자식이 둘 있음도 사실이다.


가장 맘에 드는 건 권위적이지 않으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먼저 이름 불러 인사해 주시고, "아저씨가 한 번 볼게~"라시며 본인을 '선생님'으로 칭하지 않으신다.

 나는 이 선생님이 진료하시는 병원을 계속 찾을 것이고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옮긴 병원에서 빨리 나은 것이 그동안의 치료 효과가 그때 나타나는 것일 수도, 좀 더  독한 약으로 몸에는 더 무리가 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사람이 사람을 믿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단순히 반복되는 물리적인 시간의 양만을 뜻하진 않을 것이다. 함께 공유한 시간 속에 품고 있는 뜻을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있게 언제나 눈과 귀와 마음을 열고 있을 것이란 자세를 내포한 것이다.

어떤 것에 가치 기준을 두는 지와 그 기준에 따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달라진다.  나는 조금 느리더라도 진정성을 쫓기로 했다.


[조금 느려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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