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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l 13. 2024

그 말은 좀 슬프다, 아들아

"엄마 갖고 싶은 게 있어요~"

"응.. 알지.. 자전거지? 

자전거는 여름 지나고 선선해지면 사자"

"그것도 있고..."

"또 있으면 말해봐~"

 "노트북이요"

"그래? 왜 필요한데?"

"과제할 때요. 집에 있는 컴퓨터는 엄마 수업할 땐 사용할 수가 없고, 성능도..."

"그래, 사줄게. 필요하면 사야지."


녀석은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고  얼마 전에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근데 자전거가 갖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 내게 먼저 다른 질문을 했는데, 자전거가 얼마 정도 하냐는 질문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2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을 거라 했더니, 100만 원 정도 하는 줄 알고 사달라고 말하는 것을 망설였다고 했다.

아... 가슴이 아려왔다. 이 표현이 정확한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 정도는 사 줄 수 있는데...


언젠가 남편이 요 녀석 앞에선 돈 이야기할 때 조심하라는 충고를 한 이 있었다. 난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아빠 눈엔 보였나 보다. 그 조그만 가슴에 걱정 혹은 배려의 마음이 가득 들어있었구나. 앞으론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도 어렵게 이야기 꺼냈겠지. 입 밖으로 내뱉기 전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간직했던 바람이었을까. 언제 이야기할지 기회를 또 얼마나 살폈을까.


갖고 싶은 걸 갖게 됐으니 고민의 크기만큼 좋아라 할 줄 알았는데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새환, 노트북 생길 생각 하니까 좋지 않아?"


원하는 답이 돌아오지 않고 내가 어디로 숨어버리고 싶은 답이 돌아왔다.


"엄마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내가 노트북 사면 엄마 돈이 없어지잖아"

"아니야. 그럴 때 쓰려고 돈 모으는 거지~지금 아빠 통장에 돈 얼마나 많은데~~!!! 내일 당장 사러 가자! 엄마 내일 2시 수업 마치고 갈까?"

녀석의 기분을 돌려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조금만 더 기쁘게 반응해 줘. 네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엄만 더 좋을 거 같단 말이야. 제발...


"그건 아니야. 내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럴래? 그럼 사고 싶은 모델 정해지면 알려줘. LG든 삼성이든 다 사 줄게!"


녀석이 마음 씀씀이가 바르고 우리 집안 사정을 어렴풋이 아는 것이 마냥 기특하게만 보여 반가워할 일이 아니었다. 녀석은 벌써 미안함이란 감정과 책임감, 절제를 알아버린 것 같았다.  더 커다란 무엇을 포기하진 않을지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녀석에게 자꾸만 재촉한다.

"새환, 노트북 생겨서 좋다고 말해봐~! 그럼 엄마도 너무 기분 좋아질 거 같아~!"

아무리 꼬시고 얼러도 녀석의 표정은 그대로이다.

내가 그토록 기다리는 답변 대신 돌아온 답은..


"엄마. 내가 나중에 커서 효도할게요~"


[그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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