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빨기

자립의 시작

by 날마다 하루살이

6학년 때였나 보다.

주말 숙제가 운동화 빨기였다.

담임 선생님이 남자선생님이셨는데 이런 숙제를 내셔서 의아해했기에 아마 6학년이었음이 확실할 것이다.

난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내 운동화를 엄마에게 맡긴 적이 없었다.


일요일 아침이면(그 당시엔 토요일까지 등교했으니) 어김없이 운동화를 빨아서 옥상에 올라가 널어 두었다. 볕이 잘 드는 방향으로 살짝 기울여 조금이라도 잘 마르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곁에 두고 내려왔다.

일요일에 비가 오는 날이 그래서 싫었다.

운동화를 못 빨아서...


월요일 아침..

깨~~~ 끗하게 빨아진 운동화를 신는 기분은 너무 좋았다.


특히 분홍색 나이키 운동화가 생각난다.

언니 손잡고 대전 나가서 샀던,

촌스럽지 않으면서 고급진 분홍색톤이

내 맘에 쏙 들었던 그 운동화~!


월요일 아침 그 상쾌한 기분에 들떠

한 발 두발 걸어가며

이리저리 쳐다보았었다..

천으로 만들어졌지만

내 눈엔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런데 요 녀석들 거는 매주 빨아주지 못한다..

자기 스스로 할 때가 되면 매주 나처럼 빨아신으려나?

샤워도 아직 못 하는 작은 녀석에게 운동화 빨라고는 할 수 없지. 스스로 샤워가 가능한 6학년 녀석에겐 이제 시도해 보아도 좋을까?


[언제부터 다음 단계 독립을 시켜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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