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에 산다. 신혼 때는 필요한 몇 가지만 단출하게 구비해 두고서 살았다. 엄마가 뇌졸중으로 누워 계셨기에 내가 결혼을 한다는 사실 자체도 어렵게 결정된 상태였다. 풍족하게 살림살이를 늘어놓고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난 아프신 엄마를 모시고 결혼하여 신혼집에 살게 되었는데 아직도 그 집에서 산다. 그때도 오래된 집이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이사 올 때 창틀에 페인트도 새로 칠하고 도배도 장판도 새로 하여 건물은 오래되었지만 비교적 깨끗한 공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은 깨끗하였으나 오랜 시간 지날수록 사람도 나이들 듯이 집도 나이를 더 드시게 되었다. 16년이 지났다. 창틀 페인트도 벗겨지고 곳곳에 벽지도 색이 바래서 새로 도배를 해야 했다.여기저기 '나, 아파요~'를 부르짖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
세탁기도 고장 나서 교체하기도 했고 밥솥은 두어 번 교체했고 에어컨도 수리를 했었고. 냉장고도, 정수기도 수리를 받았었다. 이런 가전제품은 수리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수리 기사'라고 불리는 분이 집으로 방문해서 잘 처리해 주셨기에 문제가 될 일은 없다. 난 수리 비용을 지불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내가 신경 쓸 일은 없다는 뜻이다. 단지 수리 신청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특히 요즘은 상담원 연결이 잘 되지 않아 챗봇으로 신청하는 새로운 방법을 익히는 것이 좀 번거로왔을 뿐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면... 며칠 전부터 공부방에 불 켜고 끄는 스위치가 맘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 빨래 바구니를 어디 가서 사야 할지 고민했을 때처럼 내게는 생소하고 낯선 일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근처에 형광등을 비롯 전기용품을 파는 가게가 있음은 알고 있다. 그곳에 가면 당연히 스위치를 새것으로 구입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직접 교체를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나뿐 아니라 남편도 역시 처음 겪는 일이고 낯선 상황이라 일단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남편도 주변 사람에게 물었던 모양이다. 두꺼비집 누전 차단기를 내리고 해 보라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남편도 처음 겪는 일이라 알아보긴 한 모양이다.
오늘은 일단 가게에 가서 스위치를 새로 구입하고 물어봤다. 혹시 출장이 가능한지... 그랬더니 1500원짜리 스위치에 출장비는 추가로 2만 원을 줘야 한단다. 그리고 출장 서비스는 오후 6:30이 지나야 할 수 있단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해 보고 안되면 전화하겠다고 명함을 받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폰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조명 스위치 교체 방법"!그랬더니 신기하게 여러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설명대로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마트에서도 쉽게 구매해서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으로 된 설명만으로는 뭔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두세 개 정보를 더 내려보다 보니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동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철물'이라는 친절한 분께서 동영상으로 교체방법을 올려주신 것이 아닌가! 구세주가 따로 없었다. 그의 설명을 따르며 영상을 보니, 정말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막연하게 걱정만 하다가 이런 빛나는 정보를 보게 되니 동영상을 올려주신 분께 너무너무 고마웠다. 세상이 정말 신기하게 서로 소통하고 있구나~!
저녁에 일 마치고 오면 남편에게도 동영상을 보여주고 같이 해보려 한다. 물론 남편은 돋보기부터 찾겠지? 새로운 경험에 살짝 흥분된다. 나, 이런 것도 해보는 거야?
남편이 일 마치고 왔다. 저녁을 둘러앉아 먹고 동영상을 보여줬다. 차단기를 내려야 하니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아들 녀석들도 대동했다. 이런 것은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으니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일이 닥쳤을 때 엄마처럼 겁먹지 말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아빠와 나 그리고 우리 귀요미들까지 우리 모두의 합작품이 완성되었다. 왠지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