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녀석은 집이 아닌 장소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다. 명절이나 시부모님 생신이며 어버이날등 시댁 행사가 있을 때 시댁에서 잠을 자게 되는 날엔 난 지옥을 경험하게 되었다. 밤새도록 어찌나 울어대는지 시부모님 눈치 보느라 그 하루 밤이 가시방석이었다. '애들이 다 그렇지'라고 너그러운 마음을 품고 계시는 분들이 아니셨다. 특히 아버님은 사람을 눈치 보게 만드시는 성품이셨는데 늘 불편했다.
나중에 생각한 것이지만 유치원에 적응 못한다고 해서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큰 아이도 일찍 하원하는 생활을 했고, 작은 아이도 유치원을 두어 달 정도밖에 다니지 않았지만 학교에 들어가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적응했으니, 난 누구에게라도 어린 나이에 유치원에 꼭 잘 적응해야 하고 필수 교육과정으로 거쳐가야 하는 과정으로 유치원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반기를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