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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하고 있는 아빠 Nov 28. 2019

(여행) 3 서점으로 여행 가는 행복

가장 가까운 모험 장소는 동네 서점

난 거의 매일 서점에 간다. 


그곳에 가면 세상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잘 건지면 "민어" 보다 값진 귀한 물고기를 건질 수 있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존경하던 어른으로부터 시간이 남으면 무조건 서점에 가라고 했던 조언을 들었다. 서점에 가면 그 당시 세상의 흐름을 잘 볼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리고 여러 책을 기웃거리다 보면 보석과 같은 책을 찾을 수 있는 이유로, 그분은 나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해 주셨다. 


이후 난 약속 장소를 잡게 된다면, 대부분 서점 앞에서 만나고 있고, 점심을 먹고 몇십 분의 여유 시간이 생기면 꼭 서점에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게다가 주말이면 큰 딸과 함께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사는 습관도 있으니, 참 서점을 자주 가고 잘 이용하고 있는 고객이 되었다.


이렇게 서점은 나에게 단지 책을 사기 위한 곳이 아닌, 어쩌면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움과 새로움을 맛보는 가까운 여행의 장소가 된 듯하다. 

흡사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크게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 아웃렛을 가는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서점을 가면 언제나 난 즐거워지고 새로워진다. 그리고 행복하다. 


우선 서점에 방문하면 어떤 장르의 책들이 인기가 있는지 관찰한다.  

최근 계속해서 인기가 있는 책들은 '괜찮아', '대충 해도 돼' 등의 위로의 책들과 '1년에 2억 벌기', '난 이만큼 벌었다.' 식의 부동산, 주식의 일확천금의 기회를 엿보는 책들이 많이 인기가 있다.

40대에도 토닥토닥, 50대에도 토닥토닥. 위로의 시대를 살고 있는 2019년

그리고 2019년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90년대생이 온다.'는 수많은 40,50대 팀장, 부장들을 변화시켰다.

(많은 40,50대 부장들은 90년대 생에게 잔소리하는 것을 꼰대질이라 생각하게 되어, 더 이상 그들의 삶을 쳐다보려 하지 않게 되었고, 세대 간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어 보인다. 심지어 90년대 생이 모여있는 식사자리나, 같이 회식을 하는 것, 질문하는 것에도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모두들 꼰대가 되기 싫어 부하직원에게 더 이상 잔소리나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나를 포함한 40,50대들은 비겁함을 느끼면서도 더 이상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전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도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하니 어쩔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잠깐 삼천포로 빠졌네요.)

책의 설명대로 90년대생으로 인해 기업의 흥망성쇠가 좌우되고 있는 듯하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또한, 예전보다 영어공부와 관련된 책들이 유튜브 등의 다른 매체로 인해 줄어들고, 의외로 요리 책들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있고, 여행책도 단순한 여행책이 아닌 점점 세분화되어 가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서 내가 어느 곳,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즐거운 시간을 난 서점에서 보내고 있다.

내가 있는 곳, 시대의 흐름을 바로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선순환을 느낀다.   


난 서점에 가서 관찰하는 코스나 동선은 대부분 비슷하다. 

처음에는 신간 코너에서 이런저런 책들의 신작의 만난다. 그리고 눈에 띄는 책이 있다면 바로 사지 않고 일주일 정도 뜸을 들이며 꼭 사야 하는 책인지 계속해서 검색을 하거나 조사를 한다. 

그리고, 주간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어떤 책들의 순위가 올라가고 내려가고 있는지 확인을 한다. 

다음으로 난 오래된 책 중에서 보석을 찾는 행위를 한다. 에세이 코너에도 가보고, 자기 계발, 경영 등의 장르에 가서 아무 책이나 몇 권 꺼내 대충 읽어 보다가 나오는 식으로 난 서점 여행을 즐기고 있다. 

시간이 좀 더 있다면 좋아하는 만년필 코너에서 좋은 만년필을 써볼 수 있는 기쁨도 살짝 느끼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내가 살 수 있는 책은 "일주일에 한 권"이기 때문에 이렇게 뜸을 들이고 이것저것 재어보고 결국 토요일 딸과 함께 동네의 서점에서 그 책을 구입한다. 

그리고는 딸과 함께, 아파트 안에 있는 커피숍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갖고 싶었던 책을 소유하게 된 즐거움을 맛보며 펜으로 끄적끄적하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은 정말 신선하고 짜릿하다.  


최근 발견한 보석은 1996년 어느 여성 일본 작가가 쓴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책이다. 

아마도 읽는 독자를 위해 큰 글씨 판으로 나온 듯하다.

한국에는 출판된 후 8년 뒤인 2004년에 소개되었고, 2018년까지 26쇄가 발행된 장수하고 있는 책이다. 게다가 내가 구입한 책은 심지어 "큰 글씨"판이었다. 

이 책은  '늙음을 경계하는 글(戒老錄, 계로록)'이라는 부제목이 나에게는 상당히 신선했다. 그리고 14년간 한국에서만 26쇄가 발간된 책이라는 점이 너무나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난 유행에 민감한 초판의 책 보다 오랜 시간 꾸준히 인쇄가 이루어지고 있는 책을 더 추천하고 싶다.)


우리 집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읽다가 도중에 포기한 책도 있고, 몇 번이나 읽은 책도 있고, 나만의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책들도 있다. 지금은 내 방이 없지만, 언젠가 나만의 서재가 생겨 멀리 모험을 가지 않고도 내 방에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날을 꿈 꾸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가까운 서점가는 것이 '여행'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의 여행에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자기 거주지를 떠나 객지에 나다니는 일"이라고 정리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의 여행, 즉 나에게서의 서점가는 행위는 사전적 의미에 딱 맞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난 일상을 잠깐 벗어나서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세상에 잠깐 들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꿈도 꾸고, 나를 도와줄 새로운 지식도 만난다. 게다가 가끔씩 내 자식을 만나러 가는 기쁨도 솔솔이 즐겁기도 하다. 

아직도 매대에 잘 서서 버텨주고 있는 첫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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