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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하고 있는 아빠 Nov 29. 2019

(여행) 4 가장 고급스러운 행복, 걷기

잘 걷는 사람의 행복

'걷기'는 나에게 무척 많은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걷기'는 무척 고급스럽다. 


걷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

맑은 공기, 여유 있는 시간, 사색을 음미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그리고 멋진 계절을 볼 수 있는 장소


이렇게 걷기는 고급스러운 여행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난 걷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실제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행위다.

그래서 행복에 관한 일기를 쓰면서 걷기를 꼭 쓰고 싶은데, 어떤 큰 제목이 어울릴지 한참을 생각했다.

건강에도 어울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도 잘 어울리고, 심지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난 오늘 아침에 걷기를 하고 나서 '걷기'를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연결시키기로 결정했다.

나에게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도와주고, 즐길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11월 말 오늘은 평일이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하루를 쉬기로 했다. 

쉬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가는데, 가장 먼저 적은 것은 걷기였다. 

올해의 마지막 낙엽을 천천히 구경하기 위해 난 걷기로 했다. 

올 한 해 1년 동안 개나리로 시작해서, 벚꽃 그리고 초록 초록한 기운을 안겨주었고, 매미들의 울음을 들려주고, 멋진 낙엽을 보여준 '걷는 길'에 감사를 전하고 싶었고 이사를 가기 전 마지막으로 이 길의 낙엽을 보기 위해 난 걸었다. 

몇 년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반포천의 걷는 길


최근에 밖에서 걸을 수 있는 날이 점점 귀해지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서 걷기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현상이 시작되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야외에서의 운동을 포기하고 실내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실내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걷기보다 시간적으로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러닝머신에서 정신없이 동영상이나, TV 방송을 보면서 달리면 나도 모르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달릴 때의 힘듦도 덜하다. 

게다가 칼로리도 많이 소모되니 무척 시간 활용도가 걷기에 비해 좋다. 


반대로 비슷한 운동효과를 얻기 위해 걷기를 하려면, 실내체육관에서의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운동으로 걷기를 하려면 50분 이상 걸어야 하는데, 체육관처럼 TV를 보면서 운동을 하지 못해서 지루할 것이다.   


하지만, 사색을 하는 즐거움을 안다면,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일이 필요하다면 걷는 행위는 가장 적합한 수단이 아닐까.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진정 위대한 모든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 또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걷기를 한다. 아무리 책상에서 몇 시간을 이런, 저런 자료를 찾으며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진행되지 않을 때 걷기 만큼 좋은 처방전은 없었다. 

그리고, 걷기를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경험도 무수히 많이 하고 있다. 

이렇게 걷는다는 것은 모든 주도권이 환경이 아닌 나에게 있음을 알리는 행위다. 시간에 이끌리어 차를 타고 이동을 하고,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 직장의 시간에 얽매여 일하는 사람들에게 '걷기'는 시간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고, 생각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리고 확인시키는 중요한 의식일 수 도 있다.   


야외에서 걷게 되면 자연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간단한 동네 한 바퀴를 걷는 행위지만, 걷다 보면 평소 무심하게 지나친 나무, 주변의 멋진 글들, 동네 게시판, 새로 올라온 꽃이나, 식물의 성장 심지어는 곤충의 탄생이나 매미의 울음소리 같은 자연의 변화나 사물의 의미를 잘 볼 수 있다. 아마도 마음의 여유가 생겨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는 의외로 즐겁다. 봄에 새싹이 돋아오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꽃이 피고 새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화려함을 구경하고, 여름의 매미 소리에 활력을 느끼면서, 가을의 낙엽을 보면서 인생의 깊이를 묵상하게 된다. 

그리고, 겨울의 앙상함을 보면서 봄을 기다리는 '기대함'을 배우게 되는 것이 자연을 즐기는 나만의 방식이다. 

오늘 만난 너무나도 화려했던 2019년 11월의 마지막 단풍

"나는 걷는다"의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은퇴 후 새로운 목표로서 실크로드의 도보 횡단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걸으며 기행문을 썼다. 

그의 책에는 

“걷기는 두 발을 움직이는 물리적 행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정신적 행동인데, 아무래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가능한 일”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걷기는 고급스러운 여행이다. 특히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많고 모두가 '바쁜' 시대에는 야외에서 걷기는 그리고 그런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큰 호사 아닐까.


오늘 걷다가 발견한 '피천득 선생'의 멋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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