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어야 할 시기에 만나는 좋은 책은 보석과 같다.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던 나에게 군대에서 만난 소설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퇴마록을 필두로 그 시절에는 소설에 무척 빠져있었다. 특히 중국의 무협지는 어찌나 재미있던지, 피곤한 몸이었지만, 밤늦게까지 군대 내무반에서 몰래 책을 읽었을 정도다.
이후, 나에게는 독서라는 취미가 생겼고, 1999년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서 만난 책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은 퇴원 후, 외국으로 날 이끌어준 고마운 책이었다.
이후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하다가 만난, "신화는 없다."라는 책은 나를 아르바이트 생이 아닌 창업의 세계로 인도 해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난 2003년부터 경제적 자립에 성공을 하게 되었고, 몇 번의 방송에도 출연하며 앞으로 개인 사업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꿈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대학 졸업반에 시절에 난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NHK 방송국과, 개인 사업(Pirupiru.com), 일본의 대형은행 그리고 종합상사라는 진로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시 가장 급여가 강했던, 방송국은 조금 지루해 보였고, 개인 사업은 주변에서 좀 더 큰 회사에서 경험을 하면 어떻겠냐는 조언이 많았다. 그리고 일본의 은행에서는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만난 책 "불모지대"는 날 종합상사로 이끌어 주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만났던 주옥같은 책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잭 웰치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 "피터 드러커의 책들", "구본형 선생님의 책들"은 나를 힘들 때마다 한 단계씩 성장시켜준 책들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읽어야 할 타이밍에 책을 잘 만난다는 것은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내가 최근 '이명박의 신화는 없다'라는 책을 다시 읽지도 않았겠지만, 지금 읽는다고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지는 못했 을 것이다. 또한, 40대 중반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만났다면, 가족이 있는 몸으로 외국으로 쉽게 진출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책에는 읽어야 할 때가 있고, 읽어야 할 상황이 맞으면, 그 효과가 극대화가 된다.
최근 만난 책, "다, 괜찮다."가 나에게 그런 책이다.
2020년은 나에게 조금 의미 있는 한 해다.
결혼한 지, 새로운 직장에 들어온 지 10년 차가 되었다. 나이는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고, 처음으로 내 이름의 집을 갖게 되었고, 어느덧 세 아이의 아빠도 되어있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도 참 부지런하게 달려온 그런 시기에, 다시 외국으로 부임하게 되어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최근이었다.
그러다 만난 책 "다, 괜찮다"는 든든한 형님이 내 등을 두드려 주며 '필준아! 다 괜찮아. 아주 좋아.'라고 나에게 나지막하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아주 묵직한 내용들이 아주 편하게 쓰여 있다.
꼭 인생에서 생각해야 할 내용들을 하나씩 하나씩 정확하게 짚어주고 있으며, 그 묵직함에 나도 모르게 초록 사인펜을 들게 만들었고, 매 페이지마다 밑줄과 별표 그리고 체크표시를 하며 읽게 되는 그런 책이다.
특히 남자만의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걱정들에 대해, 친절하게 하나씩 그 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난 이 책을 우리 나이 또래의 남성들에게 적극 추천해 주고 싶다.
그리고 우리 또래의 아내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아내가 남편에게 "힘내! 사랑해!"라는 쪽지와 함께 이 책을 선물한다면, 그 집의 분위기는 어쩌면 180도 변할 것이다.)
기대된다. "앞으로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책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을 10대, 20대가 읽는 다면 어쩌면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시 적서 (適時適書)"와 같이 40대, 50대가 읽는다면 그 가치는 수백 배 혹은 수천 배의 가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좋은 책을 만나는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