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장하고 있는 아빠 May 01. 2020

일본집의 욕실문화

도쿄 64일 차

1. 한국 일반적인 아파트의 욕실과 일본의 일반적 집의 욕실의 차이는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입식과 좌식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즉 한국에서는 서서 샤워를 많이 하는 문화가 있고, 일본은 앉아서 씻는 문화가 많은 듯하다.

한국의 일반적인 욕실 스타일
일본의 일반적인 욕실 스타일

2. 일본 욕실의 설계 탓인지, 최근 난 주로 앉아서 씻고 있다. 우선 아빠가 앉으니, 쌍둥이 아들들을 씻기기가 무척 편하다. 눈도 마주하고, 아이들의 몸을 구석구석 씻겨주는 재미도 솔솔 하다.

이제까지는 아빠와 아들들이 모두 서서 씻었기 때문에, 아이의 불편함이나, 이런저런 부분의 관찰이 잘 되지 않았었나 보다.


3. 그러고 보니, 최근에 난 씻는 시간이 조금 길어진 듯하다. 그리고 씻으면서 여유롭게 생각도 하고, 내 얼굴을 보는 시간도 조금씩 길어졌다.


4. 10대였던 나에게 씻는 것은 그저 먹고 싸고 정도의 역할이었던 것 같다. 20대에는 꾸미는 수단으로 조금 사용된 듯하고, 30대의 나에게는 정신없이, 몸의 냄새를 없애는 정도의 역할이었다.


5. 하지만, 지금의 내게 씻는 행동은 조금씩 나를 보는 시간이 되어 가고 있다.

아마도 앉아서 씻는 여유에서 나오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6. 한국에서 샤워는 그저 물을 틀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을 묻히고, 샴푸로 머리 후다닥 감고, 비누로 온몸 대충 비누칠하고 헹궈내면 끝나는 그런 긴급 전투 같은 형식이었다.


7. 하지만 최근의 일본에서의 씻는 시간은 우선 아이들을 씻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 몸에 샤워타월에 비누를 묻히고 온몸 구석구석 씻겨준다. 두 아이에게 이렇게 해주고 나면 난 내 씻는 도구들? 과 몇 종류의 세제?를 마치 화장대처럼 진열을 한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남성용 욕실용품, 특히 저 얼굴 모공용 브러쉬는 최고인듯

8. 그리고 마치, 여유가 많은 사람처럼, 얼굴을 부드러운 솔과 얼굴 전용 세안제로 얼굴을 닦고, 머리도 손톱이 아닌 몇 년간 사용해 오고 있는 시원한 느낌의 탈모방지 샴푸로 이곳저곳 시원하게 감아준다.

참고로 저 샴푸는 심 몇 년 전 나에게도 탈모가 오기 시작했을 때 만난 샴푸로 아직까지 내 머리숱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고 있다.


9. 그러고 보니, 일본에 와서 씻는 시간이 약 10~15분 정도 늘었다. (욕탕에 들어가는 행위를 제외한 시간, 통상 샤워시간. 이전에는 5~10분이었으나, 지금은 20분 정도 되는 듯하다.)

이제까지 씻는 시간은 그저 후다닥 이었으나, 일본에서의 좌식 샤워는 나에게 내 얼굴을 천천히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듯하다. 그리고 내 얼굴의 검버섯도 관찰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나만의 새로운 비밀 공간

10.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4가지 요소가 있다고 한다.

누구와?  나에게?  무엇을?  어떻게?  

난 앉아서 씻는 시간을 통해, 나에게 여유를 주는 행복을 맛보고 있다.

참 이제까지 바쁘고 정신없어 살아왔나 보다. 이렇게 앉아서 씻는 시간을 통해 기쁨을 맛보다니 말이다.

#다섯가지기본의힘

#기본력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의 중국음식 체인점  히다카야의 기본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