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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하고 있는 아빠 May 09. 2020

업무의 센스, 우선순위 이야기

도쿄 71일 차


업무의 센스가 뭘까?


꽤 오래전, 대리에서 과장으로 진급을 앞두고 있던 겨울이었다. 평소 존경하던 선배 과장님이 허름한 식당에 앉아 그동안 자신이 경험한 과장이라는 직함의 무게와 특수성을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그날, 사원이나 대리는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는데 과장부터는 업무의 센스가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
 
당시 나는 업무의 센스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했었다. 업무의 센스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그 자리에서 질문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그 선배가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 선배가 말한 대로, 나중에 과장이 되고 부서에 부하 직원이 하나둘 생기면서 새로운 고민과 걱정거리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업무 분량이 늘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신경 써야 할 일과 챙겨야 할 일이 점점 쌓이면서, 그 선배가 말한 업무의 센스가 바로 ‘우선순위 설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에 읽었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우선순위를 다시 떠올리며, 매일 아침마다 우선순위를 적어놓고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유언장을 써 보면


나름대로 업무 우선순위를 이해하고 틀을 잡아갈 즈음, 나는 회사의 리더십 훈련에 참가하게 되었다. 노르웨이 본사에서 진행한 리더십 훈련은 마침 리더의 역할과 책임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꽤나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주요 일정을 마무리하고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유언장 쓰기 시간이었다. 유언장?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에 나는 살짝 긴장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한 다음 유언장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유언장의 첫 장을 아내에게 남기는 글로 시작했다. 아내에게 그동안 미안했던 것과 고마웠던 일, 아이들을 잘 보살펴 달라는 당부를 빼곡하게 한 페이지에 썼고, 그 다음에는 세 명의 아이에게 각각 아빠가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야 부모님과 친구, 회사 동료들에게 감사의 글을 남겼다.
 
유언장 쓰기를 마치고 난 뒤 훈련 전체를 이끌었던 노르웨이의 심리학 교수는 유언장의 글 순서가 우리 삶의 우선순위와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에게 미안한 것이 있으면 바로 사과하고,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가르쳐주고, 고마운 점이 있으면 부끄러워 말고 말하라고 했다.
 
그 시간을 경험하며 명확한 내 인생의 우선순위와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유언장을 쓰면서 남을 미워하는 말을 남기거나, 복수를 부탁하지는 않았다. 남을 비난하거나 섭섭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런 감정들이 나에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우선순위와는 까마득히 먼 감정들이니 잊어도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새치기 하는 사람, 불법을 저지르는 정치가나 경제인, 나를 힘들게 하는 회사 상사 등에게 드는 감정은 내 인생의 우선순위에 감히 범접조차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때로 이런 사람들 때문에 아파하고 고민하고 화도 낸다.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만 챙기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말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받아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고 가정하고, 지금 회사와 동료들에게 할 마지막 스피치를 준비하며 연설문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을 통해 내가 지금 회사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과 불필요했던 일을 차분히 분리할 수 있었다. 회사에 건의하고 싶었으나 눈치 보며 머뭇거렸던 일과, 나 같은 외국인 직원들과 유대의 시간을 자주 갖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했고 미안하다는 인사를 제때 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이렇게 우리는 삶에서건, 직장에서건 마지막 인사를 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중요시하는 우선순위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우선순위가 뒤죽박죽이 되면


인생의 우선순위가 잘 정리되어 있으면 그 사람의 삶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우선순위를 모르거나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끌려다니듯 살고 있다. 우선순위를 잘 안다고 하는 사람 중에도 그 우선순위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자신이 현재 목표로 삼은 우선순위에 따라 사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면 잘 알 수 있다. 가족이 최고의 우선순위라고 말하면서 주말마다 지인들과 골프나 등산을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목표를 올해의 우선순위로 정해 놓고 영어 책값보다
술값을 더 쓰고 있다면 실제로는 우선순위와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우선순위가 뒤죽박죽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습관화되어, 결국에는 패배의식과 후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라리 우선순위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사는 것이 어쩌면 더 후회 없는 삶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의 우선순위가 없다는 것은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없이 무작정 차를 끌고 도로에 나가는 것에 가깝다. 그러므로 목적지나 목표 없이 달리는 자동차처럼 무의미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자기 삶의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과 돈을 배치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다섯가지기본의힘 의 내용을 가지고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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