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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하고 있는 아빠 May 27. 2020

40대의 장그래에게

도쿄 89일 차

책을 쓰는 과정은 그리 즐겁지는 않다

특히 혼자만의 지루한 싸움을 즐기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참 힘든 시간을 경험하게 해 주는 듯하다.

하지만, 책을 쓰고 나서 얻는 기쁨은 상당히 많이 있다.
자신의 성장을 맛볼 수 있고, 자신의 삶의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다. 그리고 출간 후 읽어보는 독자들의 서평에서 그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최근 2번째 책을 출판하고 매일매일 난 서평을 찾아 읽는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그 서평을 읽다 보면, 나를 다독거리는 이야기도 있고,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보기도 하며, 나의 정체성을 찾아주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아주 짧은 서평을 읽었다. 무려 다섯 글자이다.

난 그 서평을 읽고 나서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다.  단지 다섯 글자에 이렇게 깊게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오늘 읽은 서평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미생 실사판"

난 만화 '미생'의 팬이다. 그리고 주인공 장그래의 인생을 정말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다.

게다가 난 미생의 배경이 되었던 '대우 인터내셔널' 출신이다.
또한, 장그래처럼 바둑은 아니지만,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로 영업을 하는 그런 사원이었다.

그래서 난 미생의 팬이고, 장그래의 팬이다.

내 책을 보신 분께서 책을 읽고 "미생 실사판"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신 것은 무척 뿌듯하고, 기쁘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의 나를 보면 '장그래'에게 조금은 미안하다.
배에는 살이 찼고, 움직임도 느려졌으며, 생각도 진부하고, 열정도 사그라들었다.
 
20대의 장그래가 그렇게 살았다면, 40대의 장그래는 어떻게 살까?
오늘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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