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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하고 있는 아빠 Apr 12. 2019

행복한 가정의 식탁은 거실에

소파는 주방으로, 식탁은 거실로

2009년 노르웨이로 처음 출장을 갔을 때, 직장상사는 나를 본인의 집으로 초대를 했다. 그리고는, 손수 만든 생선 수프와 양고기 스테이크를 대접해 주었고, 식사 도중 참가한 막내딸도 같이 식탁에 앉아서 즐거운 저녁을 즐겼다. 

 고등학생인 막내딸이 같이 식탁에 함께 하며 같이 웃고 떠드는 분위기가 너무 신기했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출가했다). 또한, 식탁이 거실 한가운데 있어서 놀랐고, 형광등이 없이 조명과 촛불만 있는 분위기와, 음식 준비와 설거지 모두 직장상사가 했다는 것에 큰 문화 충격을 받았다. 사실 충격보다는 멋있다고 느껴졌다.  

이후 난 직장 상사와 친해지면서 질문을 통해 그 이유를 하나씩 알게 되었다. 그중에 식탁이 집에 중심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노르웨이의 상사는 나에게 “우리 집의 식탁의 기능은 광장의 역할을 해서 모두 모이고, 이야기하는 장소”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광장을 아고라(Agora)라고 불렀다. 아고라는 '모이다(아게이로)'라는 그리스 동사에서 나온 말로, 민회가 열리는 장소 또는 교류하는 시장을 뜻했다. 그리스인들은 시장에서 사람을 모으고 생각을 교환했다. 시장에 모여서 정치, 철학, 사상을 공유하고 논쟁하던 곳이 바로 광장이었다. 

유럽의 많은 도시국가 사람들은 광장을 중심으로 생활해 왔다. 광장은 언제나 도시와 인간을 연결해 주는 공간이었다. 종교가 중심이던 시대에는 교회 앞에 광장이 생겼고, 도시국가가 발달하면서는 시청 앞에 광장이 들어섰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 모여 정치 현안이나 도시의 중대사를 의논했다. 도시의 공식행사나 축제도 광장에서 열렸다. 


노르웨이의 오슬로의 가장 큰 광장인 왕궁 앞의 ‘칼 요한 거리’는 노르웨이의 부유함과 문화의 우수성을 나타내듯 매 계절마다 꽃이 바뀌고 국립 미술관이나 오페라 하우스에서 하는 새로운 이벤트의 포스터나 깃발이 고풍스럽게 장식되어 있다.

 동경의 가장 큰 광장이라고 생각되는 일본의 황궁 앞의 거리는 양 옆으로 고풍스러운 소나무가 가지런히 잘 정리되어 있고 차도는 큼지막함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차분하다. 반대로 왕궁의 건너편에 보이는 ‘마루노우치’ 주변의 현대적인 초 고층빌딩이 다른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광장을 지나가면 항상 조용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분위기에 압도당하곤 한다. 서울의 광화문광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는 대표적인 장소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광장은 그 나라 혹은 도시의 얼굴이며 분위기를 나타내는 곳이다. 그리고 노르웨이의 상사의 말대로 집의 거실은 가정의 광장이기에, 그 가정의 얼굴이며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이 아닐까?



우리 집의 광장인 거실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대부분은 정면에 TV가 있고 그 맞은편에 편안한 소파가 있거나, 혹은 육아에 관심이 많은 가정은 책장으로 꾸며져 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독서실에 있을만한 칸막이 책상이 놓여 있는 집, 침대가 거실에 있는 집 등 여러 방식의 거실의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거실의 분위기가 각 가정의 특색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가구는 단연 식탁이다. 진한 색의 호두나무로 만들어진 8인용 식탁으로, 나와 아내는 이 식탁을 평생 사용할 목적으로, 신혼 시절 꽤 거금을 주고 구매를 했다. 물론 노르웨이의 첫 출장 때 받은 영감 (우리 집의 모임의 광장으로 사용할 식탁의 목적)이 없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첫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해에 주방에 있던 식탁을 거실로 가지고 나왔다. 물론 예쁜 조명도 몇 개 구입을 해서 가족 모두 거실에서 책을 보고 같이 이야기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식탁을 구매할 당시 우리는 3명의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8인용을 샀던 이유는 주변 친척이나, 친구들을 초대하기 위해서다. 이제는 그 식탁에 우리 5 가족이 둘러앉아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거나 식사를 한다. 물론 공부도 하고, 아이들과 공작교실도 한다. 때로는 손님들이 놀러 와 보드게임 혹은 홈파티도 즐기고 있다. 

아침에는 아빠가 아침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보면 큰딸이 와서 같이 어린이 신문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그 식탁은 아침부터 사용된다. 그 후에는 쌍둥이들이 엄마와 아침을 먹으면서 이곳저곳 어질러 놓고, 오후에는 아내랑 딸이 숙제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저녁에 아빠가 돌아오면 아빠의 특별한 저녁 메뉴가 차려지는 공간으로 변한다. 그러고 나서는 아빠가 책을 쓰거나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책을 읽기도 하고 농담을 주고받거나, 아빠가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쌍둥이 아이들이 8시가 되어 하나둘 잠들면 본격적으로 아빠와 딸의 영어공부 혹은 같이 게임을 하는 시간을 식탁에서 보낸다. 9시가 넘어 딸도 잠자러 가면 그곳에서는 아빠랑 엄마가 와인이나 맥주 혹은 차라도 마시면서 아이들 이야기, 아빠의 회사 또는 엄마의 새로 시작한 취미 이야기 등이 그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식탁이 좀 크고 부담스러울 경우 혹은 그날의 이야기의 주제나 분위기에 따라서 주방의 소파에서 한잔하기도 한다. 한 집에 2곳의 부부가 대화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식탁의 경우 멋지고 화려한 카페 같은 곳이고, 주방의 작은 소파의 테이블은 선술집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이모들과 삼촌들이 놀러 오고, 손님이 놀러 오는 날이면 딸은 열심히 행주로 식탁을 닦고 양초를 준비하기도 하고, 그리고 먹고 마시고 마지막에는 보드게임이 주로 행해지는 공간으로 바뀐다. 어떤가? 이 정도면 우리 식탁은 요즘 말로 ‘열일(열심히 일함)’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본 신문에서는 최근 ‘졸혼 (결혼을 졸업하는 행위)’이 유행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곳에는 최근 가족이 느끼는 집의 개념이 가정이 아닌 개인 일인 가정의 ‘셰어 하우스’ 같이 느껴지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집에 나갈 때도 다녀왔을 때도 인사를 안 한지가 오래된 가족, 그리고 집에 와서도 각각의 방에만 있는 가족 그리고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영 불편해진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난 그 기사를 읽으며 마음속으로부터 그 가정을 이끌어 가야 할 가장의 역할, 혹은 부모의 역할이 많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얼마나 아이가 외로울까? 얼마나 아이가 사랑을 그리워할까? 얼마나 아이가 이야기하고 싶어 할까?’ 나와 아내는 부모로서 가정의 광장인 거실을 모두가 교류하고 모두가 이야기하고 같이 공부하는 공간으로 꼭 지켜낼 것이다.

거실 식탁을 잘 활용하기 위하여 아빠가 먼저 자리를 잡고 책을 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엄마도 옆에서 잡지를 보거나 소설을 읽고 있으면, 흥미를 느낀 첫째, 둘째, 셋째들이 서서히 다가온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하고 있는 것을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습성이 있다. 요즘은 자연스레 숙제도 하고 같이 신문도 읽고, 이야기도 하고 우리 집의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TIP!

우리 가정의 거실은 어떤 역할로 사용하고 있는지 부부와 이야기해보자.


우리 집은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보통 거실에 있어야 할 소파가 주방에 있고, 주방에 있어야 할 식탁이 거실에 있다.  

    거실에 식탁은 모두 모여서 이야기하고 공부하고 책을 읽는 장소로 사용되기도 하고, 손님들이 오면 같이 둘러앉아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장소로도 사용된다. 아마도 우리 집의 중심이 되는 곳이 거실의 식탁일 것이다. 

손님 맞는 것을 좋아 아는 우리 부부는 신혼 초에 거금을 들여 8인용 식탁을 구매했다. 아마도 3 가정 정도를 초대 가능한 사이즈로 구매했는데, 이젠 우리 가족만 5명이 되었다. 


그리고 주방의 소파는 정말 가족의 휴식장소와 아빠 엄마의 사랑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을 안아주기도 하고, 딸과 엄마가 편히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밤이면 아빠와 엄마가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형광등이 하나도 없다. 노르웨이처럼 대부분의 조명은 백열 등색의 LED조명이다. 특히 형광등은 밝지만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간접조명을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촛불도 가능한 많이 사용하려고 한다. 특히 이야기를 할 때에는 촛불이 있으면 이야기에 더욱 집중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5살 개구쟁이 쌍둥이 형제가 있기에,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컨트롤이 가능한 LED 촛불을 사용한다. 이것 역시 가족의 대화를 할 때 집중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우리 집 식탁을 밝여주는 LED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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