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CEO처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부모는 CEO처럼

나는 노르웨이 회사의 고위 경영자를 일 년에 네 번 이상 만난다. 회사의 정기 이사회가 일 년에 네 번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만날 때마다 그는 친절하게 나의 건강과 가족 하나하나의 안부를 묻고, 나의 취미인 요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한국의 경제 현황, 향후 신사업 이야기, 다른 지역에서 시작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아이템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내가 보고를 받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상세한 정보들을 나와 공유한다. 대화의 마지막은 항상 다음 두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한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한다면 뭐가 좋을까?”

“내 쪽에서 당신을 도와줄 일이 있을까?”

그리고 그는 작은 수첩에 내 의견과 아이디어를 꼼꼼히 적는다. 매년 네 번 이상 만나지만 그의 질문은 한결 같다. 그의 언행을 통해 최고 관리자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직원 대부분이 회사의 경영자들을 존경하고 신뢰한다.

부모는 가정의 최고 경영자다. 다소 거창해 보일지라도 가정 역시 경영이라는 말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결국 조직의 구성원은 인간이며, 경영의 본질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정이야말로 제대로 선 경영 철학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최고 경영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가장이 되어야 한다.” 같은 말과는 구분하고 싶다. 남편이자 가장인 동시에 최고 경영자의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내가 생각하는 가정 경영자의 역할과 능력은 다음과 같다.


(1) 부모는 세상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떻게 될까? 내 아이가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을 때에도 수능과 대학이 있을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내일의 기술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 예상조차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주판’이나 ‘암산’ 혹은 ‘도스DOS 프로그래밍’을 아이들에게 열심히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어떤 자동차 회사도 이제는 디젤 엔진 자동차 개발에만 몰두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가전 회사도 브라운관 TV를 혁신하겠다고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0년간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우리의 교육만은 제자리걸음이다. 가정의 CEO는 보다 미래지향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부모들의 시선이 달라져야 아이들이 달라지 않을까?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를 시킬 계획이 전혀 없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입시를 경험하지 않았음에서 나오는 경험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점점 대학의 기능이 축소되고 있는 추세에다 최근에는 기업이 직접 인재를 챙기고, 인재를 만들어 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 부모는 자녀의 가능성에 항상 안테나를 세워야 한다.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부모들은 첫 아이가 태어나 뒤집기만 해도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아이가 말을 하고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 종종 남의 아이와 비교하며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가능성은 언제 어떻게 발현될지 모른다.

경영자들이 인재를 발굴하는 방법 중 가장 정확한 것은 ‘같이 일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면 가정 경영에 매우 유익하다. 함께 생일파티를 준비하거나, 새로운 목표를 정해서 도전해 볼 때마다 아이의 가능성이 조금씩 더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과외 수업도 부모를 대신할 수 없다. 부모가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야말로 창의적인 아이로 기르는 최고의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3) 부모는 현재 가정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같이 실천해야 한다.

어느 조직에나 문제가 있다. 회사는 물론이고, 가정에도 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들이 밥을 잘 먹다가도 안 먹기도 하고, 서로 잘 지내다가도 별안간 싸우기도 한다.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조직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 해결을 통해서 오히려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 탁월한 책임자는 늘 발생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부모가 개입해야 할 문제인지 등에 대한 객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4) 부모는 객관적으로 가정과 부모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는 가정의 주인이 아니며, 아빠는 가정의 왕이 아니다. 가족은 모두 동일한 인격체이고 모두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독립된 인격체다. 가장이 가정에서 왕으로 군림하려고 하는 순간 아내와의 관계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부부의 문제는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들을 돌볼 의무를 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도 되는 건 아니다. 부모도 가족 구성원의 일부일 뿐이다. 자녀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으면 부모 역시 인격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의 CEO 역할이나 가정에서의 가장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내리는 것이고, 사장에 대한 평가는 직원들이 내린다. 당연히 가장에 대한 평가는 자녀가, 아내가 내릴 것이다.

오늘도 난 자녀와 아내로부터 존경받는 아니 사랑받는 아빠가 되고 싶어 애쓰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리더가 있다면 그 리더의 장점을 가정에 적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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