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CEO의 오후 일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노르웨이 CEO의 오후 일과

노르웨이 오슬로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우리 회사는 연간 약 3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에 27개의 공장과 약 6,2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 정도 회사의 CEO라면 과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전 CEO가 오래전 일본 고객을 만나기 위해서 일본에 방문한 일화가 있다. 일본 고객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퇴근이 화제에 올랐는데, CEO는 오후 4시경에 퇴근을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고객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럼, 퇴근 후에는 무엇을 하세요?”라고 물었다. CEO는 “나는 우리 집의 청소와 저녁 식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통역을 담당했던 일본 지사의 선배는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었다고 한다. 역시 대답은 같았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청소를 하고 저녁밥을 합니다.”

이제까지 많은 회사는 ‘회사에서 가장 높은 사람, 회사의 대표’를 사장(社長)라고 일컬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장이라는 명칭 대신 CEO라는 명칭으로 대부분 바뀌었다. CEO는 대기업에서 이사회를 주재하고 기업 방침을 결정, 장기계획을 작성하는 등 회사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을 지는 최고 경영자다. 한마디로 최고 ‘책임자’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장이라 함은 ‘한 집안의 제일 윗사람, 가족의 대표’라는 의미다. 우리는 흔히 남편이자 아빠를 가장으로 여겼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듯하다. 서양에서의 남편, 허스밴드(Husband)는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그 어원을 보면 ‘허스Hus’는 집을 의미하는 하우스house와 띠, 결속을 의미하는 ‘밴드band’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다. 집안을 묶어주고 잡아준다는 의미인 것이다. 옛날 북유럽권에서 사용되던 허스본디husbondi에서 영어로 유입된 것이라는 유래도 있는데, 허스본디의 뜻은 ‘집에 사는 것(housed-weller)’, ‘집을 유지하는 것(house-holder)’이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허스번드리Husbandry에서 왔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이 단어의 현재 뜻은 농사(특히 세심하게 잘 짓는 농사를 가리킨다) 혹은 정성스레 가축을 키우는 농업이라는 의미로, 가정을 잘 보살피는 남편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파생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유래이든 가족의 대표라기보다는 가족을 보살피는 역할이 더 강조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남자가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요리를 못하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심지어 남성들이 사용하기 좋은 주방용품, 칼 등의 소비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요리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가사에 참가하면서 식기세척기나 빨래건조기 판매도 늘고, 남편들의 눈높이에 맞는 주방 및 청소용 가전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모습은 회사에서 ‘사장’이 ‘CEO’로 바뀌어 가는 것처럼 집에서 ‘가장’이 ‘허스밴드’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 아닐까?

요즘 회사의 CEO는 소통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있다. CEO와 함께하는 저녁식사 혹은 정기적으로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등 소통의 길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정부에서도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서 국민들과 대화하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 존경받는 정치가나 경영자가 부족했던 것도 소통하지 않는 태도가 원인이었을 것이다.

가정에서도 아빠가 가장의 권위를 세우기보다는 집을 하나로 묶어주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 정성과 시간을 할애하는 ‘허스밴드’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아빠의 무관심이 아이를 좋은 대학을 보내는데 일조한다’는 이런 씁쓸한 유행어가 더 이상 퍼져 나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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