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종착역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육아의 종착역

우리 부부는 6개월간 연애 끝에 결혼했고, 첫째 아이는 결혼 후 11개월 만에 태어났다. 내년이면 결혼 10주년이 된다. 그동안 아이는 3명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 20주년이 되면 아내의 취미와 관련된 회사를 차릴 꿈을 꾸고 있다. 차는 2인용 오픈카로 바꾸고 두 사람만의 인생 2막을 연애하듯 살아보고 싶다. 이 인생에는 아이들이 없다. 육아의 종착역인 셈이다. 그럼 육아의 종착역은 언제일까?

육아의 출발역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아이를 잉태한 시점부터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는 부모의 ‘손’이 그 배를 어루만지며 육아가 시작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가벼운 목을 지탱해 주는 손이 되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아이를 안아 주는 손으로 그리고 걷기 시작하면 잡아주는 손으로, 아이가 청소년이 되면 뒤에서 지탱하는 손으로 점차 변화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다 큰 성인이 되면 잘 가라고 인사하는 손으로 부모의 ‘손’이 하는 역할은 바뀌어 간다.

현명한 육아의 절정은 헤어지는 시간을 아는 것이다.

“언제 아이랑 헤어지면 좋을까?”

나라마다, 문화마다, 가풍마다 서로 다를 것이다. 노르웨이에서는 대부분 17~18세가 되면 가정을 떠난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집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자녀와 헤어지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주거에 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고, 스스로 자립하는 데 필요한 취업도 쉽지 않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아이와 부모가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는 듯하다.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무언가를 직접 해보려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상처도 경험하면서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하지만 부모로서 우리는 그런 실패를 줄여 주려고 애쓰고 아이의 도전이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도전 자체를 막으려 하고는 있지는 않을까? 사실 그런 도전과 실패에서 창의가 나오고 반성이 나오고 깊은 성찰이 나오는데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육아의 종착역이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이 되어도 아침에 깨워 주고 학원 일정을 모두 계획해 주고 대학도, 직장도 정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배우자도 정해 주고 결혼하면 집도 사 주고 아이도 봐주고 이혼하면 손자도 데려와서 키워 준다. 여기서 나는 윈윈(Win-Win) 전략이 아닌 가족이 모두 함께 쓰러져가는 토털 다운폴(Total downfall) 효과를 본다. 이렇게 끝없는 육아의 도돌이표라면, 아이도 부모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 역시 점차 악화될 것이다.

아이를 가장 빠른 시기에 성인으로 인정하는 이들은 유대인이다. 유대인의 아이는 13살에 성년식인 ‘바르미쓰바(Bar Mitzvah)’를 한다. 이 행사는 자신의 정체성, 경제관념, 미래를 위한 자금 준비, 자원봉사 등을 선언하는 자리인 동시에 부모들은 이 시기를 통해 앞으로의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면제 받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본인과 하나님(종교)의 책임이라는 뜻이다.

또한 이 행사에서는 큰 세 가지 선물을 받게 되는데, 그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주변 사람으로부터 받는 축의금이다. 유대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에, 그 금액은 손님 한 사람당 200달러에서 300달러 정도라고 한다. 통상 200명의 손님이 모인다고 하니, 총 5만 달러 정도가 되는 셈이다. 우리 돈으로 5,000만 원에서 6,000만 원 정도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상의하여 그 돈을 아이의 이름으로 채권 등에 투자하여 돈을 불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 종자돈을 이용해서 돈을 불리는 방법을 스스로 공부하여 투자를 한다. 이때 부모는 시간관념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고급 시계와 인생의 나침판이 될 성경책을 선물한다. 노르웨이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부모님과 같이 사는 걸 아이들이 창피하게 여긴다. 초등학생이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 것 같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13세 생일에 어떤 마음으로 어떤 선물을 해주고 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를 집밖으로 보내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우리 아이들의 성년식에는 어떤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오래전에는 한반도 안에서 우리들끼리 경쟁하며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만이 아닌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13세부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스스로 투자를 공부하고 부에 대한 관념을 세워 나가는 유대인 청년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노르웨이 청년들 사이에서 우리는 아이의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우리 집에서도 이 문제는 아내와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는 큰 숙제다.

우리 부부는 육아를 준비할 때부터 종착역에 대해 미리 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를 믿고 아이와 함께 그 종착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동감할 것이다. 자립한 이후의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그 시기가 조금 더 빨랐더라면 좋았을 것임을 말이다. 아이를 자립시키려면, 그에 맞게 훈련과 교육을 시켜야 한다. 사육하던 야생동물조차 광활한 땅으로 풀어 줄 때 많은 교육을 시킨다. 우리도 아이들을 평생 동물원 우리 속에서 키울 것이 아니라면, 넓은 광야에서 야성적인 사자로 살아남을 수 있게 훈련을 시켜야 한다. 먼저 부모가 사자의 마음으로 도전하는 모습과 성취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부모도 육아에서 졸업한 이후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꿈꾸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엄마아빠로의 인생만 살아 갈 수는 없다.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최근 빈 둥지 증후군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대학을 가거나 결혼을 해서 둥지를 떠나면 극심한 우울증이나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하지 말고, 부모도 얼마 남지 않은 육아 졸업 후에 시작되는 자신의 인생을 그리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자주 출장을 오는 63세의 직상 상사는 가능하면 아내와 동행하곤 한다. 한번은 우리 집에 초대해 그들은 간단한 음식과 와인을 마시고 나서 안드레아 보첼리의 콘서트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때 그분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자 편안한 미소로 아내의 손등에 키스를 했다. 나는 이제까지 그렇게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키스’를 본 적이 없다. 나도 노년에 그런 사랑을 나눌 줄 아는 남편이 되고 싶다. 나는 육아의 종착역 이후 부부만의 시간이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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