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전략회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부부의 전략회의

전략(戰略)은 원래 군대용어로, 사전에서는 ‘전쟁을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법이나 책략’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집 쌍둥이들은 8시에 잠을 자고 첫째는 9시 반이면 잠을 자러 간다. 그리고 9시 반부터는 아빠와 엄마의 전략회의가 시작된다. 이 시간에 우리는 오늘 아이들에게 겪은 일부터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부부의 이야기를 나눈다.

전략회의에서 정부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되면 모든 관심사가 아이로 쏠려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의 관계라고 한다. 육아는 복식게임이다. 야구나 축구처럼 단체 종목도 아니고 테니스나 배드민턴 같은 딱 2명이 하는 복식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두 선수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수비를 하는 시간에 상대는 공격 위치로 가고 상대가 공격으로 치고 나가면 나는 수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특히 아이를 혼내거나 칭찬할 때 이런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전략회의를 통해 아이에게 처음으로 가르쳤던 교육은 먹고 자기다. 정해진 시간에 먹고, 정해진 시간에 낮잠과 밤잠을 자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 살까지는 저녁 8시에 잠을 재우고 낮에는 12시부터 2시까지 낮잠에 들게 했다. 아이와 부모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라 아내와 결정했기에 꿋꿋이 지켜냈지만 돌이켜보면 이 훈련이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

먹고 자는 규칙이 익숙한 성인과 달리 아기에게는 규칙이 없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려 한다. 처음에 아이의 잠드는 시간은 당연히 들쑥날쑥했다. 여기에 맞추다보니 아내가 식사 때를 놓치고 주방에서 불규칙한 식사를 하게 되고 결국 위염으로 고생했다. 부부가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할 시간도 사라져 점차 서로 예민해져만 갔다. 이렇게 점차 지쳐갈 때 노르웨이 사는 선배에게 아이의 잠자는 시간이 아이와 부부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후 아이의 먹고 자는 습관을 잡으려 책과 인터넷 정보를 수없이 찾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쳤고 결국 부부만이 깨어있는 저녁시간이 확보되었다.

이제는 8시가 되면 쌍둥이 아들들이 잠을 자러 엄마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나와 딸은 거실 책상에서 책을 읽거나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딸이 잠들 때까지 같이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내가 아주 오래전에 했던 게임, 그러니까 ‘곰발바닥 쥐발바닥’이나 ‘캡틴큐’ 같은 게임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아이는 이 게임을 곧잘 변형해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같이 영어책을 읽고 영어일기를 자주 쓴다. 아내가 쌍둥이를 재우고 나오면 같이 모여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9시 반에 딸이 잠자리에 든다.


이제 부부의 ‘전략회의’가 시작된다. 먼저 나는 김치냉장고에서 맥주 두 캔을 꺼내고, 간단한 안주를 만든다. 이때 아빠가 안주와 술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내가 좋은 기분으로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아내가 좋아할 만한 맥주나 음료를 준비하고, 간단한 상을 차리자. 요리가 서투르더라도 문제없다. 요즘은 편의점 안주도 꽤 먹을 만하다. 에어프라이어 기계에, 제철 야채나 오징어 혹은 닭고기나 항정살을 구워주면 아주 손쉽게 근사한 요리가 나온다. 최근에는 고체 연료가 들어가는 작은 화로를 사서 호박이나 쥐포, 꽈리고추를 굽는다. 이때 좋은 음악도 함께라면 더욱 좋다. 이렇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근황, 특히 신경 써야 할 것들, 각자 갖고 싶은 물건이나 여행가고 싶은 장소, 소소한 계획부터 큰 계획까지 우리 가족과 관계가 있는 다양한 주제를 두고 대화를 나눈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없다면 부부관계는 말라가는 식물과 같다. 부부간의 대화는 식물에 주는 물이다. 매일 물이 흘러야 꽃도 피고 열매도 맺고 뿌리도 깊어진다. 대화할 때는 휴대폰이나 TV는 가급적 멀리 두자. 아이가 모두 잠든 소중한 시간은 소중한 사람만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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