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삼촌과 함께하는 휘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이모, 삼촌과 함께하는 휘게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은 참으로 유익하다. 이런 시간이 어른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다양한 성향의 이모와 삼촌들 사이에서 자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친구도 만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도 하면서 육아할 수 있을까?

프란스 요한슨의 《메디치 효과》라는 책이 있다. 15세기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당대의 유망한 조각가, 과학자, 시인, 철학자, 금융가, 화가, 건축가 등을 후원하고 초대했다. 그로 인해 많은 시대의 유명인들 혹은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인물들이 피렌체로 몰려들었다. 메디치 가문 아래서 서로 다른 분야 간의 교류가 일어나고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그 유명한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분야가 뒤섞여 나온 창조의 힘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다가 2013년에 한국에 정착하면서 나는 오랜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하지만 반갑고 즐거운 자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근황에 익숙해지고 나니 점차 정치 이야기부터 연예인의 신변잡기적 이야기, 누군가의 험담, 심지어 음담패설이 이어졌다. 나는 이런 무의미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무척이나 많이 했다. 차라리 만나는 사람의 폭이 줄어든다 해도 집에 사람들을 초대해 가족과 함께 어울려야겠다고 점차 마음을 굳혔다. 처음에는 집에 친구를 초대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색했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며 여러 사람 몫의 음식을 만드는 것도, 치우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토요일엔 주로 함께 시장에 간다. 시장에 가기 전에 나는 냉장고에 어떤 재료가 남아 있는지 살펴보고 그날의 메뉴를 정한다. 그리고 부족한 재료를 사러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향한다. 시장까지는 다섯 정거장 정도지만, 그래도 버스에 사람이 꽉 차면 이만저만 힘들지 않다. 하지만 그 시간도 지나면 재미있는 추억이 된다. 시장에는 단골 생선가게도, 단골 정육점도 있다. 주인 아주머니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 식재료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이 산낙지나 생선을 구경하기도 한다. 단골 정육점에 가면 우리 아이들은 늘 물을 한 잔씩 마시고 나오는데,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시장을 보고 돌아오면, 나는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모녀는 식탁을 차린다. 식재료를 준비하다가 신선한 식재료에 맥주를 한잔하기도 하면서, 오늘 들을 음악을 고른다. 초인종 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서로 먼저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가겠다며 뛰어 나간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함께 만나는 게 처음에는 어색하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잘 친숙해지는 것도 늘 신기하다. 나중에는 아이들이 춤도 추며 재롱을 떨기도 하고, 친구의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할 만큼 친해진다.

그날 처음 본 아이들끼리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의 친화력은 대단하구나 싶기도 하다. 우리 부부 역시 친구 부부들과 다음 모임에 먹을 음식을 새로운 도전 과제로 정해놓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손님이 가고 나면 온 가족이 함께 치우고 나서 잠자리에 든다. 이렇게 시간을 보낸 날, 침대에 누우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걸린다. 아내도 딸도 아들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족과 누리는 행복은, 이런 사소한 곳에 있다.

집에서 친구 가족과 함께 나누는 홈파티는 많은 장점이 있다. 먼저 집에서 만나면 아이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어른들 간에 말을 조심하게 된다. 대화는 점잖아지고 비속어를 입에 담지 않으며, 자연스레 긍정의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부부들 간에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해볼까 하는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도 된다.

두 번째로 아이들끼리 교류의 장이 열린다. 처음 만난 두 집 아이들은 서로 어색해하지만, 조금 지나면 그 어색함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운다. 서로에게 점차 친밀함을 느끼고 조심스레 다가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형제가 없는 집도 많고, 친구들과 놀 기회도 부족하다고 하니, 친구 가족들 간에 이런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아이에겐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여러 분야에 있는 삼촌과 이모, 형과 언니들에게 아이들이 다양한 배움을 얻는다. 초대받아 온 친구 부부와 자녀들에게 귀여움을 받으면서,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레 그들의 행동, 매너, 웃음 등을 배운다. 어떤 삼촌이 들려주는 영국 출장 이야기, 어떤 이모가 들려주는 병원에서의 일 이야기 혹은 요즘 자주 놀러오는 어느 이모의 창의적 기업 이야기 등은 아빠가 들려주지 못한 지식과 경험을 채워주고 어른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넓혀 준다. 가정의 메디치 효과라 할 수 있다.

이 시간은 휘게에서 배운 것이다. 10년 전 처음으로 노르웨이에 출장을 갔을 때 나는 직속 상사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그는 요리부터 설거지까지 모두 직접 하고, 나와 업무적인 이야기가 아닌 음악이나, 와인 그리고 가정의 비전이나 아이들의 꿈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편안하고 안락한 장소에서 친한 사람들과 긍정적인 대화와 꿈을 나누는 시간은 안락함과 행복, 인생에 관한 생각을 넓혀주었다.

주말마다 우리 집은 작은 파티 장소로 바뀐다. 가끔은 노르웨이에서 출장 온 손님도 오고, 친구들도 오고 심지어 딸의 친구들도 보드게임을 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즐거워하고, 친절을 배우고,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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