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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Jun 20. 2021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3)

구상(構想)과 구성(構成)

지난 번 우리는 갈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갈등이란 얼키고 설킨 것을 풀어내는 과정이라 이야기했었죠.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떠오릅니다.


도대체 무엇이 얼키고 설켰다는 걸까?


그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바로 구상과 구성입니다. 많은 이들이 쉽게 오역하여 쓰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구상과 구성은 순서가 있씁니다. 구상과 구성은 작동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하나씩 알아보도록 합시다.


구상(構想),

얽을 구(構).

생각할 상(想).


구상과 구성은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 닥나무 구, 혹은 얽을 구라는 단어입니다. 얽여 있다는 겁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우리는 얼키고 설킨 것을 풀어야하는데, 얼키고 설킨 것에 대한 대답에 바로 눈 앞에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생각입니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는 법. 우리는 얼킨 것을 풀기 전에 스스로 얼킴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던 겁니다.


얼킨 것을 풀기 위해서는, 얼킨 것이 필요하다.
작가는 얼킨 것을 만들고, 풀어낸다.


작가는 생각을 얽습니다. 생각을 얽는 방법은 개개인마다 다양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산책입니다. 한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냥 걷습니다. 생각이란 몸을 움직여야 일어난다고 믿습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을 할 때도 좋습니다. 어쨌든 움직이면 생각이 일어납니다. 생각이 얼킵니다. 그리고 이것은


얼킨 생각은 풀어낼 수 없다.


얼킨 생각은 풀어낼 수 없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이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장면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흥분합니다. 책상에 앉습니다. 쓰려고 합니다. 하지만 써지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구상은 보이지 않는 영역입니다. 가공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때 사용하는 C언어 혹은 2진수와 같습니다. 01010111001010... 코딩 혹은 디코딩되며 일련의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얼킨 생각을 풀어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저는 구성이라 부릅니다.


얼킨 생각을 한번 더 얽다.

구성(構成)

얽을 구(構)

이룰 성(成)


구성이란 무언가를 얽어 이룬다는 뜻입니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우리는 구상을 통해 알아냈지요. 즉 생각을 이루어낸다는 것. 보이지 않았던 것을 눈에 보이게 한다는 것. 그게 바로 구성입니다. 일종의 정리의 과정이라고 할까요. 하늘의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은 아이디어 이상의 가치가 없습니다. 그것들은 성(成)을 만났을 때, 온전해집니다. 그렇다면 성이라는 글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룰 성(成)은 창 모(戊)와 못 정(丁)이라는 글자가 합쳐진 글자다.


창과 못 정이 합쳐진 이 글자는 두드려서 튼튼하게 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두드려서 튼튼하게 하다. 뭔가 기묘한 생각이 듭니다. 작가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손에 연장을 들고 튼튼하게 만드는 과정. 그것은 바로 얽은 생각을 두드려서 튼튼하게 만들어 얽는다는 겁니다. 실체가 없던 것에 실체를 부여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작가는, 만들어낸 구성을 풀어냅니다. 이것을 우리는 갈등이라 부릅니다.


작가라는 단어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극이라는 단어와 갈등이라는 단어를 너머 구상과 구성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뭔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을 겁니다. 바로 단어의 유기성입니다. 마치 거미줄처럼 단어의 의미가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기묘한 경험 말예요. 그리고 동시에 숨이 턱 막히기도 할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두드리라는 것이지?


때로는 무작정 두드리는 것도 방법이 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욕심이 나는 게 당연합니다. 기왕이면 잘 두드리는 게 좋잖아요? 만약 구성의 방법이 필요하시다면 제 브런치 북 혹은 매거진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목은

스토리텔링 :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가 배웠던 것

입니다.


감사합니다.


(4)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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