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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Jun 21. 2021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4)

재능(材能)

선생님. 저는 재능이 있나요?
선생님. 제 아이가 재능이 있을까요?


선생님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을 고르라면 아마 재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 그것은 바로 내가 타고난 재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재능이 뭘까. 내게 재능이 있을까. 라는 고민과 의문을 오랫동안 지니고 있기도 했습니다. 결국 재능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말예요.


적어도 세상이 말하는 재능은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재능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재능과 다릅니다.


재능(材能) 재목 재(材) 능할 능(能)


재능이라는 단어를 표현할 때 우리는 흔히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늘이 준 재능을 천재라고 부르기도 하죠. 하지만 막상 상형문자의 뜻을 알아보면, 재능의 재자가 재주를 뜻한다는 생각에 이르지 않습니다. 수백 수천가지의 재주를 단 하나의 단어로 정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릅니다.


재라는 단어는 나무 목(木)과 재주 재(才)를 합친 글자로, 자른 나무를 뜻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재능과는 조금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재주 재라는 단어를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재주 재(才) 강물을 가로질러서 막는 둑을 나타내는 글자.


상형문자가 뜻하는 재주는 강물을 가로 질러서 막는 둑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흥미롭습니다. 강물이 흐르고 있고, 그것을 막는다. 버틴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단어가 그러하듯이 뒤따라오는 능이 있습니다. 이제 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요?


능할 능(能)


능이라는 글자는 본디 곰의 모습에서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가진 옥편에서는 거북의 발과 밭일에 사용하는구부러진 가래가 합친 글자라고 이야기합니다. 거북이나 곰같이 끈질기게 일하는 힘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센스, 순발력을 뜻하는 게 아니었던 셈이다.


재능. 강물에 말둑을 박고 버티다.


재능이란 단어를 직역하면 그렇습니다. 강물이 흐릅니다. 거기에 말둑이 박힙니다. 그리고 거북이나 곰처럼 버팁니다. 끈질기게 버팁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게 아닙니다. 떠밀리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강물을 밀어내야 합니다. 즉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가만히 있는 게 아닙니다. 상형문자가 알려주는 재능이라는 단어는 잘하는 것이나 빨리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견디는 것. 자기 자신을 믿고 밀려나가지 않는 것. 그게 재능이었습니다.


자 이제 스스로를 어느 정도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재능이 있는가? 당연히 재능이 있습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삶을 밀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나 여러분들 모두 재능은 충분합니다. 단지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입니다.


(5)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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