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에 관련된 질문과 함께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면 그것은 필사(筆寫)가 글쓰기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렵긴 하지만 대답을 했는데, 그 대답은 이렇습니다.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나는 너가 필사(筆寫)가 아니라 필사(筆思)를 하기를 권장한다.
필사(筆寫), 붓 필(筆) 베낄 사(寫)
필사는 붓으로 베낀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건 극본을 읽건 이야기를 읽건 그것을 손으로 써본다는 뜻이지요. 분명 문체를 배우거나 할 때에는 필사가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필사가 주입식 교육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배끼는 것에는 왜? 가 결여되어 있다.
무작정 베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을 하는 겁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권유하던 것이기도 합니다. 글을 베끼지 말고, 이 문장을 왜 썼는지를 생각해보라. 그게 진짜 필사다. 붓을 들고, 이 사람이 이 문장을 왜 썼는지, 왜 이 문장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봐라. 그 사람의 인터뷰를 보아도 좋고, 그 사람의 일대기를 찾아보아도 좋다. 이 세상에 나온 모든 이야기는 작가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작품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작가의 문장은 절대로 삶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작가가 작품이다. 그러므로 너가 그 사람의 문장을 이해한다면, 너는 너의 문장을 쓰게 될 것이다. 너만의 문장을 쓰게 될 것이다. 모진 풍파를 겪은 나무에는 저마다의 옹이가 있다. 남의 옹이를 따라하지 마라. 남의 옹이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의 옹이를 발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