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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볼레 Jun 18. 2021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글쓰기 개론(1)

작가(作家)

부끄럽지만  6년간 선생 일을 했습니다.


진심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6년간 선생일을 했습니다. 과외 선생님이었고 학원 원장을 했으며,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물음표가 되었습니다. 감히 작가라고 불릴 수가 있다면, 부끄럽다고 귀가 빨개지며 손사레를 칠 것 같습니다.


선생(先生)! 그저 아이들보다 먼저 살았으니 조금 더 알게 된 것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알게될 시시콜콜한 것들을 기둥 삼아 저는 지난한 삶을 이어왔습니다.


만약 다시 기회가 준다고 해도, 저는 선생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선생을 하기에 저는 너무나도 무식하고, 부족할 따름이니까요.


어쨌든 선생을 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어떤 아이건 제가 첫 주에 가르친 내용은 동일합니다.


그것은 작가무엇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가야하듯이, 저는 배움이란 절대 조급함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작가(作家), 지을 작(作),집 가(家)


지을 작은 손(手)에 연장(乍)을 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연장을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만들까요? 바로 옆에 글자가 있습니다. 집 가자입니다. 지붕을 뜻하는 면(宀)과 돼지(豚)이 합쳐진 글자입니다.


즉 작가란 돼지 집을 짓는 사람이다라는 말로 이어집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 글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극(劇)이라는 글자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랑이와 돼지가 칼을 들고 싸우다. 극(劇)


극적이다라는 말은 종종 사용해보셨을 겁니다. 스토리텔링을 하는 입장이라면 더더욱이요. 낯설다면 낯설고 익숙하다면 익숙한 극작(劇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와 돼지가 칼을 들고 싸운다는 것. 이 단어에 작가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돼지는 먹히지 않기 위해
호랑이는 먹기 위해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인해
합의를 내리지 못하고 싸우게 된다.

우리는 이를 갈등이라 부른다.


갈등이라는 단어는 다음 시간에 더 자세히 알아볼 겁니다. 우선 중요한 부분을 볼까요? 그것은 서로 다른 목적이라는 겁니다. 호랑이는 돼지를 먹습니다. 돼지는 호랑이에게서 도망칩니다.


만약 호랑이와 돼지가 '거래'가 가능하다면, 그러니까 다리 한 짝만 먹고 나머지는 먹지 않겠다는 합의가 가능하다면 갈등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둘은 합의를 내릴 수 없기에 거래를 할 수 없기에. 서로가 양보할 수 없기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부딪힘의 관계에서 불리한
돼지 쪽의 집을 짓습니다.

바로 이야기라는 집입니다.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부터 깊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필요한 3대 욕구를 바로 의식주의 욕구라고 합니다. 바로 입고, 먹고 거주하는 겁니다. 작가는 이 중에서 거주의 욕구를 해소하는 역할을 합니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는 책에서 조너선 갓설은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자,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우리는 작가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을 겁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작가란 서로 합의할 수 없는 목적의 부딪힘,
즉, 갈등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라구요.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연쇄적으로 이어집니다.

갈등은 뭘까요?


(3)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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