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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살공주 Sep 19. 2024

네 식구가 벌이는 우리 집 추억의 복불복

우리 집 추억의 복불복~~♡♡


유난히 춥고도 긴 겨울밤이 되니까 우리 집은 자연스럽게 장기와 바둑을 둡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혼자 떠드는 텔레비전을 마주하고 온 가족들이 모여 앉습니다. 어머니의 깊은 병을 수발하는 아내도 잠시 쉬는 시간이고 공부와 독서를 하며 겨울방학을 보내는 두 딸들도 편안하게 시간을 만드는 시간이고 나도 하루의 피로들을 가족들과 풀어내는 시간입니다.


텔레비전은 재미있는 프로를 찾아서 틀어 놓고는 장기를 두기 시작합니다. 작년 겨울에는 아내와 딸들에게 장기 두는 법을 알려 주는 수준이었는데 올 겨울은 실력들이 거의 향상되어서 이제는 차나 포주에 하나만 떼고 나서 두어도 내가 질 정도입니다.


네 식구가 개인 리그전을 펼쳐서 순위와 챔피언을 뽑고는 수시로 도전을 펼치기도 합니다. 또 네 식구가 편을 갈라서 두며 밤참 내기도 하고 우리 부부가 편이 되어 딸들과 편을 갈라서 둘 때는 딸들의 다음날 낮시간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는 걸로 우리 부부는 걸고 딸들은 토요일 영화관 표를 걸고 두기도 합니다. 거의가 항상 무언가 걸어 놓고 두니까 겨울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편이지요.


아내는 나랑 둘 때나 딸들하고 둘 때나 실수를 많아합니다. 가끔은 자기 것을 먹기 위해 작전을 펼치기도 하는데, 아마도 요즈음 어머니 수발과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장모님 걱정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생겨난 증상이 아닌가 하여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아내와는 슬쩍 져주기도 합니다. 현재는 가장 고생이 많으니까요. 토요일과 일요일은 제가 식사를 책임져 줍니다. 너무나 고생을 하고 있어서요.


큰딸 시안이는 언제나 공격적입니다. 나를 초토화하기 위해서 무지막지한 희생을 감수하고 공격해 들어와서 나를 곤란한 외통으로 몰기도 합니다. 가장 창의적은 공격을 구사하는 바람에 지는 나도 기분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라서 장기판에서 먼저 일어납니다. 게임에 매너가 가장 시원하고 좋은 녀석이지요.


문제는 작은 딸의 실력이 거의 제 실력에 근접해 있습니다. 워낙에 승부욕이 강해서

지는 것은 절대로 인정을 안 하고 자기 차가 일찍 죽으면 경기를 뒤엎다리도 졌다는 사실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물려주는 법이 없지요. 1박 2일에서의 강호동 보다도 더한 승부욕을 보이는 편입니다. 무슨 억지를 동원해서라도 이겨야 하니까요. 그리고 어쩌다 아빠를 이기고 나면 한동안은 저와 하지 않습니다. 승리의 기쁨을 오래 간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나를 이 기기 위해 연구도 많이 합니다. 내년 겨울쯤엔 맞 두어야 할 정도로 실력이 좋아진 녀석이지요.

우리 집에 우기는 챔피언이기도 하지요.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리는 겨울, 이제는 다시 회복하시기 어려운 환자가 되셔서 삶을 잃어 가시는 어머님과 장모님 때문에 집안에 무거움이 내려 누르긴 하지만 밤시간만큼은 행복한 시간이 됩니다. 낮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난 가족들이 모여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만드는 시간입니다. 그러다 보니 추운 겨울도 어느새 반이나 건넜고 2010년도를 아주 가뿐하게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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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한해 전, 우리 집의 겨울은 나영석 방송의 일박이일 프로그램 복불복처럼 아웅다웅 살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식구들은 바둑과 오목, 그리고 장기를 다 적당히 잘 둔답니다. 제가 공부에 빠진 딸들하고 독서도 같이 나누고 또 이렇게 장기, 바둑, 오목을 같이 두곤 했지요.  하긴 저는 두 딸들을 만화방에도 자주 데리고 다녔었지요. 남들은 이해 못 했지만 딸들은 그런 우리 부부를 존경한다고 지금도 말로 자주 표현합니다. 그때는 제법 토너먼 튼 게임을 치르고 순수하고 재미난 벌칙도 엄하게 적용을 했었지요.


그렇게 같이 보내던 딸들이 다 커서 큰딸은 이제 아프리카 선교를 준비하며 선교를 같이 갈 짝꿍을 찾고 있고요. 작은딸은 이제 짝꿍을 찾은 것 같고 내년에 결혼을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아내와 나는 둘 다 환갑을 넘겼고 마지막 딸들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하며 달콩알콩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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