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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살공주 Sep 13. 2024

나 이 들음은 파란 유년으로 돌아가는 거다

파란 유년으로의 회귀

대청마루에 홀로 누워 서향의 하늘을 보노라면

기우는 태양을 가린 추녀 끝으로 보이는 반쪽만의 세상

고추가 말라가는 멍석위로 고추잠자리  떼는 날고

흐릿한 졸음이 눈꺼풀을 덮고 내리는 낮잠......


망초꽃이 우거지는 뒤 뜰엔 하염없이 매미만 울어대고

마당가에 헐렁한 아궁이에 솥을 걸어놓고

옥수수와 고구마로 여름을 쪄내던 어머님의 저녁

아마도 내 유년의 잔잔한 평온의 시절이었지


그 아름다운 시절은 내게서 추억처럼 가고

회색 콘크리트의 이기적인 숲 속에서 나조차 잃어버린 채

마냥 앞으로만 저돌적으로 가고 있는지.......

청순한 꿈들은 흔적도 없고 이기의 꿈만 피운 채

설운 중년의 길에서 메마르게 살고 있는가

노후를 견뎌낼 샘물 같은, 동아줄 같은 정도의 연금을 만들면


도시에 대한 미련줄기들은 훌훌 잘라 버리고

숲과 같은 저 자연의 품 안으로 돌아가리라

화실 같은 집 지어 한나절 가을 태양도 보고

앵두나무 밑으로 쪼르록 흩어지는 다람쥐도 보고

가을 영그는 해바라기 얼굴처럼 환하게 살겠네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산골짝마다 흘러나오고~~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저 목장에는 여름철이 가고 산골짝마다 눈이 덮여도~~~


버려진 문전옥답을 씨 뿌려 가꾸면서

하모니카로 아내가 좋아하는 아~~ 목동아를 부르면서


한 시절을 촌부의 모습으로 살아야겠다.

지금 생각해도 마냥 신이 나는

그런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은 노후를 살아야겠다~~~^^


바쁘게 살면서도 마음속엔 요런 전원적인 정서를 마르지 않게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제 삶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늘 바쁜 여정이지만 마음엔 이렇게 구시대다운 정서를 지니고 삽니다. 사실 장사를 하면서 취미 같은 여행, 음악, 글쓰기, 사진 찍기, 책 읽기 등등 다양하게 병행합니다. 아직은 그러다 보니 참 힘든 시간들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셀프에너지들을 만들어 내면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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