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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살공주 Oct 06. 2024

당대 시인들을 배출한 천등산

석천리와 애련리 살고프다

석천리와 애련리, 한 3년 살고프다

추석 지나고 9월 말 토요일에 내 고향 석천리를 다녀왔다.

고향을 지키는 친구 용준이와 맥주 안주로 김밥을 나누는 사이, 들깻모들이 포토에서 빽빽이 자라고 기둥 실강을 타는 포도줄기에서는 꿈같은 포도 알갱이들이 대롱대롱 자라나고 있었다. 푸근한 고향 내음이 가득해서 유년의 어느 한 시절로 타고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옆집의 후배 친구가 운영하는 으름 농장에는 으름들이 휘어지게 달려 자라고 있어 좋았다. 내가 매년 으름 농장을 유튜브에 올리는 농장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으름 농장이다. 사실 지난봄 으름꽃을 찍고 싶었는데 놓쳤다. 으름꽃을 묻는  구독자들이 많았었다.


친구 집 앞을 흐르는 백운천은 어젯밤 장맛비로 제법 불어나 굽이굽이 휘돌아 나아가니 검정고무신 수없이 물에 떠내려 보내던 시절도 호출되었다. 물 불어난 앞도랑에 새로 산 고무신을 떠내려 보내고 나면 며칠씩 마음이 쓰렸다. 그때 앞도랑의 실개천도 장마물이 불어나면 괴물보다 무서웠다.


큰 장마에는 살아서 떠내려 가는 돼지와 소를 보기도 했던 백운천이다.


"올여름엔 꼭 친구들과 천렵을 한번 하자. 도리뱅뱅이와 매운탕도 끓이고~~"

"그래, 친구들이 안 와도 나는 집사람과 꼭 올게~"


난 사실 집사람의 마음을 잡아서 백운천 줄기 어디쯤 자리 잡고 한 일이 년을 꼭 살아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꼭 석천리 장금 터이다. 마을뒤로는 천등산과 백운천 건너로 진짜 시랑산이 우람하고 마을 앞으로 백운천이 아주 큰 뱀처럼 마을 좌축에서 흘러 앞으로 지나 우측 끝에서 머리를 바깥쪽으로 틀고 흘러 충주댐으로 나간다. 실개천이 휘돌아 가는 게 아니고 백운천이 우람하게 휘돌아 나가는 동네다. 그 안의 작은 안락한 분지로 몆 호가 작은 군락을 이룬다.


올여름에는 아내와 함께 꼭 그 동네로 일박이일을 갈 것이다. 내가 태아난 동네와는 직선 산길로 3킬로는 가야 한다. 같은 석천리이고 우리 마을은 석문이고 친구네 집은 장금 터다. 합천과 명암마을도 있다. 설경국의 나 돌아갈래~ 영화를 찍은 마을은 명암이다. 같은 석천리이다.


백운천 건너로 애련리, 오탁번 시인님이 원서문학관을 운영하시는데 지난 2월에 돌아가셨다. 고려대 교수님이셨고 동화, 소설, 시 모두 신춘문예로 각각 등단하신 분이시다. 나는 굴비라는 시와 모든  단편소설들을 참 좋아했다. 매년 들러 인사도 드렸었다. 오탁번 작가님 고향은 백운면 평동리이다. 오탁번 작가님의 단편집을 세권이나 가지고 있는데 편마다 재미가 있어 가끔 들춰서 읽는다. 천등산이 등장하고 평동리가 등장하는 50년대 전쟁 속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나도 석천리와 천등산을 문학으로 그려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다시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또 충주시 엄정면 출신의 류근 시인도 이웃면 출신이다. 고향은 문경생인데 엄정면과 충주시를 자주 언급하고 천등산도 수필에서 가끔 들먹이는 시인이라 나는 좋아한다. 내가 이외수 작가님 문하생 시절에 알게 된 동생뻘 시인이다. 동향 출신이고 또 정말 시가 너무 좋아서 출간하는 책마다 샀다. 지금도 가끔 먼지 안 쌓일 만큼 시집을 펴놓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천등산 줄기의 시인이다. 당대 최고의 시인이다. 지금도 류근시집은 10판 이상이 팔리는 시인인데 내가 읽어도 늘 감동이다.  


백운면에 또 한 분의 멋진 시인이 있다. 친구의 동생인데 이병율 시인이고 백운면 모정리 출신으로. 신춘문예 등단을 한 실력 있는 시인다. 가끔 펴내는  여행에세이도 아주 좋다. 당대에 시인임을 나는 적극 호응하는 멋있는 시인이다. 역시 우리 천등산 줄기로 바로 우리 앞마을이다. 이렇게 대단하고 실력으로 입증하는 문장가들이 태어난 지역이라 다시 들어가 정다운 이야기들을 파내며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한 시대 문학가로 이름을 얹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런 내 고향 마을에 들어가 마음껏 독서에 빠져 살고 그 내밀한 내 아름다운 마을을 지구촌에 조금이라도 퍼 나르고 싶은 것이다. 천등산과 박달재, 시랑산, 백운천, 삼탄역~~ 확대경으로 조용하게 조명하며 한 시절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은근히 생긴다. ㅎㅎ 꿈은 이루어진다.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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