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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살공주 Oct 06. 2024

어머니......

어머님~~~

어머님은 해마다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널 공부만 시켰으면 참 잘 살고 있을 거라고~~

하얀 도시의 콘크리트 숲에서 결혼을 하고 20년을 건성건성 정을 나누며 살아올 동안, 서로 정신의 영역에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고 서로 조심을 하며 살아왔지요. 서로 배려하는 동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어머님은 살림에 보탠다며 낮이면 시장구석진 곳에서 고추 다듬는 일을 돌아가시기 몆 년 전 까지도 하셨지만 저는 알아요. 살림을 위한 것보다는 며느리에게 낮시간 만이라도 편하게 해 주시려는 20년 동안의 배려였다는 사실을.......

그래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시장을 나가시곤 했었지요. 아들인 저는 억장을 감추고 살았지요. 그 강처럼 깊은 사랑을 알고 있었지요.

어느 해엔 가는 명절만 빼고는 거의 시장에서 보낸 적이 있었어요. 물론 그렇게 벌어 주신 푼돈도 때론 우리 아이들에게 힘이 되었지만요. 80세가 넘도록 병원을 모르신 채 살아주신 그 건강이 더 고맙기도 했습니다.


어머니 살아 계실 적, 아내도 가끔 표현을 했었지요.

건강하시기에 동거가 힘들지 않았고 낮 시간에 일을 가지고 계셔서 서로를 힘든지 모르고 살아왔다고요.

그래서 제가 어머님을 모셨다고 하지 못하고 간편한 동거로 표현을 한 것입니다.

서로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조심하고 배려하고...... 그저 갈등하지 않고 사는 게

행복이려니...... 부모와 자식사이가 아닌 생존의 편리 속에서 사셨던 날까지 이어져 온 셈이지요~~~


어머님의 말씀처럼 저에게 가르쳐 준 것도, 물려준 것도 없어 괴로워하시는 모습을

보이시기도 하셨지요....... 그러나 저는 한 번도 원망이나 불평을 해 본 적이 없었지요. 경쟁력 넘치는 덩치를 주셨고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감성을 주셨고 부지런함을 물려주셨습니다. 이제 그런 것들을 저는 딸들에게 온전히 넘겨주고

있습니다.

큰 녀석 시안이는 완전 저와 판박이라서 행동의 선도 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똑같고 세상 어느 곳에서 던 지 자기 몫을 해 내겠더랍니다.

작은 녀석도요. 당차고 야무지고 누구에도 지지 않을 만큼 영악하고 민첩한 감성이라서 아내와 함께 녀석 이야기를 하다 말고 눈물이 나도록 웃곤 한답니다. 어쩜 저렇게 어머니를, 또 우리 부부를 빼닮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요. 그 녀석들이 어머니 살아 계실 적에 할머니에 대한 배려도 우리를 능가하여 깜짝 놀라기도 했었어요. 어머니 살아 계실 때요.


살아계실 때 끝내 제 속울음을 울게 하셨어요. 그런 좋은 감성과 인성을 물려주신 어머님 때문에 이불속에서 한동안 울기를 몇 번 하고 말았습니다......

큰 아들과 함께 사는 집을 두고, 집으로 가셔야 한다니요? 이제는 앙상하신 몸체

도 못 가누시면서 집을 찾는 어머님 때문에 마음이 무너 지더랍니다. 정신이 나가신 어머님을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힘들었습니다.

아내는 한 달 전부터 어머님의 거실에 대변 흔적을 딸들과 내가 보지 못하도록 치우곤 했고 저는 어머님이 이상한 소리를 하실 때서야 그 사실을 들었지요.

그러면서 친척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다들 근심하고 자주 오면  어머님 모습만 더 추해 지신다고...... 어차피 본인 몫이라며 한사코 내 입을 조심하라고 아내는 놀란 내게 신신당부를 했었지요...... 마음 아픈 비밀을 품고 자다 보니 밤마다 몰래 이불만 적셨지요.


이미 가혹한 치매를 확인한 봄날에 무거운 큰 바위 하나가 가슴을 내려 누르기 시작했지요.

짧고도 긴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안타깝게 바라만 보아야 하는 상황이고.......

자식의 안따까운 마음이 절절해졌지요.


그래서 저는 긴장 속에서 살았어요.

어머님 옆에 있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정말 내가 할 일이란 이럴 때 더 가정과 사업에 몰두하여 걱정과 근심을 더는 일이겠지요.

아직 남은 시간 동안 그저 편안한 일상 속에서 사셨으면 하는 바람만 기도처럼 남았었고요......




이제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14년이 넘었네요. 몹시도 폭염이 심한 여름밤 어머님 추도예배가 다가오며 제 꿈에 어머님이 오셨어요.


어린 날 가난이 병이어도 아프지 않았지요. 건강표, 그것이 우리 집에 기둥이었지요. 가난 속에서 홀몸으로 저와 동생들을 건강하게 길러주신 어머님의 삶이 문득 그리워 이 밤에 기도 같은 편지를 어머님께 드립니다. 다녀가실 적마다 가족들 건강만 돌보아 주세요. 부와 행복은 저희 부부의 몫으로 남겨 주시고요. 저희 부부도 어머님의 영원한 안녕을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예뻐한 저희 큰딸 대학원 마치면 해외 선교 간다고 하고요. 아주 예쁜 작은 딸은 애인이 생겼어요. 내년에는 시집갈지 모릅니다.


그리고 빗소리가 들리는 시월에 어머님을 생각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어머님은혜, 당신의 영원한 아들이 부릅니다.^^


YouTube에서 '[어머님 은혜] 꽃계절 사월은 잔인해서 그런지 어머님이 몹시도 그리워 불러보고 싶었어요.' 보기

https://youtu.be/Mg4 PW8 hxK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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