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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살공주 Oct 10. 2024

가을밤, 그리고 커피 한 잔

가을밤 소묘

가을밤, 그리고 커피 한잔....

커피 한잔에 가을밤의 고요을 마신다...

고단한 인생살이의 여정을 고뇌하며

정갈한 가을밤 초연한 나만의 시간을

진하기 이를 데 없는 아메리카아이스커피에 용해시켜 함께 마신다

 

마주 앉아서 음악을 쏟아내는 사각의 창백한 노트북의 얼굴과

또한 내게 유난스러웁게 고여 드는 고요 스민 고독이 마주한다

그 사이로 바흐의 G선 상의 아리아로 흐르는 넉넉함과

코끝으로 와 닿는 커피 향과 잔에서 느껴지는 상대적 고독이 희석된다

 

설운 인생의 고단함과 질긴 악연들도 이 밤 무미건조한 커피맛에 모두 잊는다

 

...... 늘...... 이럴 수 있다면..

 

이처럼 신경마저 고요한 밤에는

손 끝에서 느껴지는 커피 한잔의 고독한 체온을

거창하기만 한 [삶]이라고 칭하고 싶다...

 

시간은 새벽으로 향하는 기차같이 느껴지고

나는 한 없는 고요를 커피에 타 마시며

그 맛을 일깨워 준 분위기를 그리워한다

자정 지난 시간들이 더 말똥거린다



내일은 더 바쁜 일정으로 새벽 다섯 시에 춘천으로 갑니다. 따라서 지금 자야 하는뎨  이렇게 애인 같은 커피 한잔에 허물어져 불면의 새에 다 달았네요.


낮에는 이 주일 전 서른세 살의 큰아들을 잃은 고향형님과 옥산 짜글이 식당에서 짜글이 찌개를 안주로 막걸리 한잔을 했답니다. 얼마나 힘들고 슬펐을까요. 저도 이틀이나 힘들었는데요. 그냥 서로 말없이 먹었어요. 형님은 다행히  맛있게 드셨답니다.

이제 아들 하나 남았지요.  오늘 점심으로 칩거를 멈추고 바깥 활동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오후 두 시 넘어서 충주로 출장을 깄고요. 여섯 시에는 제천 의림지에서 고객님과 저녁을 먹었답니다. 청주집에는 아홉 시에 도착을 했고요.

조용히 커피로 가을밤을 즐기고 있습니다

초가을의 그 아메리카노 블랙 같은 시간에 빠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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