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백살공주 Sep 12. 2024

순수한 진혁형이야기

바보 진형형의 아픈 스토리

진혁형은 내가 시랑산 깊은 골짜기 계곡바로 근처 작은 분지에 지은 초가집에서 살 때 우리 집 밑에 살던 나보다 여섯 살 정도가 많은 정신지체 형이었다. 사리분별이 있었고 어지간한 시골 농사일은 아주 잘했고 의사표현도 거의 정확해서 처음 만나는 사람은 그 진혁형이 정신지체를 지닌 것도 모를 정도였다. 나하고 친했던 이유는 바로 우리 집밑에 첫 집에 살았고 내가 초등학교 일 학년을 다닐 때 그 형의 아버지가 한글이라도 깨치라고 우리 반에 몆 달간 편입시켰으나 우리 또래보다 큰 덩치 때문에 잦은 사고를, 덩치가 커서 아이들을 때리는 사고를 쳐 실패를 했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진혁형은 같이 학교에 다닌 나를 아주 보호를 잘해주었다.


그 진혁형이 학교를 실패하고 농사일을 거들 때 나는 진혁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일 학년부터 결손가정의 가장이었던 나는 겨울이면 진혁형을 따라다니며 마른풀을 땔감을 집으로 해 날랐다. 그때 진혁형은 내게 친구나 다름없었다. 겨울이면 겨울 내내 이 궁 이에 지필 나무를 어린 몸으로 해 날랐고 그때 진혁형은 그래도 외롭던 내게 친구처럼 대해주었고 또 힘에 겨운 나를 형처럼 도와주었고 나는 형에게 어떤 안내자가 되어 궁합이 잘 맞았다. 내가 사 학년 때엔가 진혁형에게 글씨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을 거의 일 년 동안 해서 아주 쉬운 글자를 쓰게 만들기도 해서 진혁형부모님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진혁형은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글씨를 다 깨우치지 못했지만 아주 쉬운 글씨들이나 자기 이름정도는 읽었었다. 물론 그대로 농사꾼이 되어 지금도 동생의 농사를 도와주며 잘 살아가고 있다.


진혁형은 정신지체이긴 했지만 땔나무는 예술가처럼 깔끔하게 잘해서 지게로 져 날랐고, 소로 밭갈이도 잘했고 잘 익은 담뱃잎을 분별할 정도였기 때문에 못하는 게 없었다. 문제는 지적인 부분의 떨어지는 아이큐와 약간 어눌한 말투만 빼고 나면 완전 정상에 가까웠다. 지극히 정상적인 동네 성군이었다.


나는 지금도 진혁형을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이 아프면서도 웃긴 이야기들이 떠 오르는데 그중에 진혁형의 결혼이야기를 하고자 서두를 시작 한 것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쓴웃음이 난다.


진혁형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부모님들이 진혁형장래를 위해서 조금 서둘듯이 아주 약식의 전통혼례로 결혼을 시켰다. 그래도 족두리가 있었고 사모관대가 있었고 술과 음식과 국수가 있었다. 동네 모든 사람들은 신부를 보고 신부가 더 똑똑하다는 소문이 돌았고 내가 봐도 진혁형보다는 형수가 더 똑똑했다. 형수는 시집오자마자 종수형이 맏이였는데 일곱 식구의 밥을 다 했었으니까.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자 진혁형 부부의 부부관계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부는 성적인 부분에서도 지극히 정상인데 진혁형이 성에 대해서 전혀 반응이 없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얼른 성생활이 정상되어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아이를 낳게 되면 진혁형이 농사일을 잘하니까 그런대로 한 가정을 이루리라, 생각하고

진혁형 부부의 성생활을 파악하고 일깨워 주기 위해 헌신을 했다.


결혼을 하고 반년이 지나도 아기가 안 생겨나는 데다 그래도 말을 조리 있게 하는 형수를 떠보니 진혁형이 성에 대해서는 완전 바보라는 식이었다. 형의 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래서 며느리를 훈육하기로 했다. 부모는 어떻게든지 준바보 부부들에게 이불속 사랑을 일깨워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놓고 나야 눈을 감을 수가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혁형 어머니가 형수에게 개인코치를 시작했다. 밤에 잠만 자지 말고 신랑이 잠들기 전에 두 무릎으로 진혁형을 자극하면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아주 은밀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다음날 형수를 따로 불러 지난밤 이야기를 슬쩍 물어보니 그렇게 두 무릎으로 슬슬 건드려도 반응이 없고 잠자리를 피해 가더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혁형을 불러 지난밤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자는데 자꾸만 그 여자가 무릎 사이에 입이 달렸는지 나를 잡아먹을라고 무릎으로 깨물어."

참으로 걱정이었다. 어떻게든지 진혁형을 깨우쳐 이불속사랑의 기쁨을 알게 하고 또 자녀까지 낳아야만 마음이 놓을 수가 있었다. 며느리가 아들보다 똑똑해서 성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진혁형의 남자구실을 어떻게 덜었는지 일깨워야만 되었다.


영원한 불구는 아니기를 간절히 간절히 서낭당에 가서 빌기도 여러 번이었다.


두 번째 방법으로 며느리의 벗은 몸매를 진혁형이 자연스럽게 보게 되면 달라질까 해서 대낮에 산속 개울의 큰 웅덩이에서 며느리와 둘이 홀랑 벗고 풍덩 들어가 목욕을 시작했다. 물론 진혁형이 점심을 먹고 일터로 지나가는 길목이었다. 멀지 않아 진혁형이 지게를 지고 지나가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목욕을 하는 두 여자들의 몸매에 구경하다가 그만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무리 몸매를 보여주는 일이었더라도 대낮에 남자가 웅덩이에 나타나니 형수는 그만 놀라서 겉절이용 김치를 담그기 위해 웅덩이 물에 뽑아다 놓은 배추포기를 집어서 무릎사이에 중요한 부위를 가리고 말았다.

그것을 본 진혁형은 그만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엄마, 저 여자 가랑이 사이에도 입이 있어 배추도 막 집어먹잖아 봐, 내 말 안 틀렸지?"

참 아프고도 우스운 일이었다.


그날 이후로 형수는 짐을 싸서 진혁형 곁을 영원히 떠났다. 부모님들은 곪는 속을 속으로 삼키고 살면서 두 번 다시는 진혁형혼인을 추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분들도 이제는 다 저세상 사람이 되었고 종수형은 남동생이 결혼해서 농사를 짓는 집에서 농사를 열심히 거들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지금도 내가 고향을 가면 나를 반겨주기도 하는데 성품자체는 너무나 착하고 순한 데다 일을 잘해서 동네에서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순수 그 자체 형님이었다.


사실 이야기는 팩트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어 발표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책에 같이 싫고는 싶은데 빼기로 결정했어요. 누군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요. 고향에 아픈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애착이 가는 글입니다. 세상을 해학적으로 보고 싶은데 제게는 그런 기능이 결여되어 있답니다. 세상에 아프지만 따듯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구현해 주고 싶답니다.


늘 바쁘게 사네요. 밤인데 다시 청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싫었답니다. 내일 다시 서울을 온답니다. 서울에 꿀단지가 생기네요.



#콩트아닌콩트

작가의 이전글 천등산골소년 청주골에 살아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