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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살공주 Nov 03. 2024

가을밤, 그리고 커피 한잔

가을밤, 그리고 커피 한잔....

커피 한잔에 가을밤의 고요을 마신다...

고단한 인생살이의 여정을 고뇌하며

정갈한 가을밤 초연한 나만의 시간을

진하기 이를 데 없는 아메리카아이스커피에 용해시켜 함께 마신다

 

마주 앉아서 음악을 쏟아내는 사각의 창백한 노트북의 얼굴과

또한 내게 유난스러웁게 고여 드는 고요 스민 고독이 마주한다

그 사이로 바흐의 G선 상의 아리아로 흐르는 넉넉함과

코끝으로 와닿는 커피 향과 잔에서 느껴지는 상대적 고독이 희석된다

 

설운 인생의 고단함과 질긴 악연들도 이 밤 무미건조한 커피맛에 모두 잊는다

 

...... 늘...... 이럴 수 있다면..

 

이처럼 신경마저 고요한 밤에는

손 끝에서 느껴지는 커피 한잔의 고독한 체온을

거창하기만 한 [삶]이라고 칭하고 싶다...

 

시간은 새벽으로 향하는 기차같이 느껴지고

나는 한 없는 고요를 커피에 타 마시며

그 맛을 일깨워 준 분위기를 그리워한다

자정 지난 시간들이 더 말똥거린다



낮에는 경기도 팔당호 강마을다람쥐 식당에서 멋진 미모의 두 지인님들을 만났답니다. 강마을 다람쥐 식당인데 도토리로만 짜인 힐링식당이었어요. 팔당호를 내려다보며 음미하는 도토리묵, 도토리 전, 도토리전병, 도토리묵밥, 그리고 막걸리를 마시며 다람쥐 식사에 도취되어

초가을의 그 아메리카노 블랙 같은 시간에 빠졌답니다.


팔당호 하늘엔 구름순이 들도 놀러 와 있었고 백로와 청둥오리도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고 가을꽃에서 꿀을 따는 검은 나비도 있었고 무엇보다 꽈리가 모둠으로 여물고 있었어요

그렇게 여린 가을이 강마을 다람쥐에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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