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백살공주 Nov 03. 2024

가을밤, 그리고 커피 한잔

가을밤, 그리고 커피 한잔....

커피 한잔에 가을밤의 고요을 마신다...

고단한 인생살이의 여정을 고뇌하며

정갈한 가을밤 초연한 나만의 시간을

진하기 이를 데 없는 아메리카아이스커피에 용해시켜 함께 마신다

 

마주 앉아서 음악을 쏟아내는 사각의 창백한 노트북의 얼굴과

또한 내게 유난스러웁게 고여 드는 고요 스민 고독이 마주한다

그 사이로 바흐의 G선 상의 아리아로 흐르는 넉넉함과

코끝으로 와닿는 커피 향과 잔에서 느껴지는 상대적 고독이 희석된다

 

설운 인생의 고단함과 질긴 악연들도 이 밤 무미건조한 커피맛에 모두 잊는다

 

...... 늘...... 이럴 수 있다면..

 

이처럼 신경마저 고요한 밤에는

손 끝에서 느껴지는 커피 한잔의 고독한 체온을

거창하기만 한 [삶]이라고 칭하고 싶다...

 

시간은 새벽으로 향하는 기차같이 느껴지고

나는 한 없는 고요를 커피에 타 마시며

그 맛을 일깨워 준 분위기를 그리워한다

자정 지난 시간들이 더 말똥거린다



낮에는 경기도 팔당호 강마을다람쥐 식당에서 멋진 미모의 두 지인님들을 만났답니다. 강마을 다람쥐 식당인데 도토리로만 짜인 힐링식당이었어요. 팔당호를 내려다보며 음미하는 도토리묵, 도토리 전, 도토리전병, 도토리묵밥, 그리고 막걸리를 마시며 다람쥐 식사에 도취되어

초가을의 그 아메리카노 블랙 같은 시간에 빠졌답니다.


팔당호 하늘엔 구름순이 들도 놀러 와 있었고 백로와 청둥오리도 가을을 만끽하고 있었고 가을꽃에서 꿀을 따는 검은 나비도 있었고 무엇보다 꽈리가 모둠으로 여물고 있었어요

그렇게 여린 가을이 강마을 다람쥐에 있었지요.

작가의 이전글 가을 별같은 소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