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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랑 사는 붕알친구

염소랑 사는 내 친구

by 오백살공주

어제는 토요일, 추위 닥친 겨울 속에 내 친구의 염소들은 잘 있는가 궁금하여 영동을 가보기로 했다. 늘 통화 속에 여섯 마리의 임신염소 중 세 마리가 새끼를 낳았고 세 마리가 출산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나를 꼬셨다. 나는 영동을 가기 위해 문의 ic를 타고 달리다 보은 ic로 빠져 국도를 빠져나와 삼승면을 달리는데 하늘에 구름과 햇빛이 장관이다. 친구를 찾아가는 나의 드라이브를 하늘에 구름조차도 아름답게 도열한 채 뽀대 나는 그림들을 장면장면 보여준다.

각종 괴물 얼굴들이 숨은 그림 찾기처럼 울퉁불퉁 숨어있다. 잠시 로시나테를 세우고 분초를 피우며 감상하고 찍는데 내 마음에도 에너지들이 구름광경들처럼 울퉁불퉁 살아난다.

무슨 고산의 능선에 눈빨이 쌓여있 광경도 좋다. 고산의 잔설에서 알 수 없는 풍성한 감들이 내게도 쌓인다. 먼 고산의 풍경이다.

내 머릿속에 담겨오는 구름들이다. 동행한 지인이 연신 감탄을 한다.


친구집에 도착했을 때 친구는 영동곶감 축제 갔다가 돌아왔고 제일 먼저 염소들 저녁으로 갈무리해 둔 콩깍지들 수레를 이용해 퍼다 주는데 영소들이 난리다. ㅣ

내 친구의 집에 도착하니 아기염소들이 바람막이를 피해서 잔주름이 졸고 있고 나는 사실 친구보다 이 친구들이 궁금해서 달려온 것이다. 옷 색깔 같은 것이 한배의 형제들이다.

아직 출산을 안 한 임신염소가 세 마리 더 남았다며 친구는 뿌듯한 얼굴로 이야기한다. 친구네는 어린 시절에도 염소를 잘 길렀다. 특히 숫염소가 있었는데 우리들이 놀러 가면 마구잡이로 뿔질을 해대서 한동안은 그 친구집에 놀러 가기도 힘들었다. 녀석은 염소가 우리들을 공격할 때마다 약 올리듯 웃으며 작은 득의 만만과 깨소금을 동시에 보여주곤 했다. 암튼 뭐 염소로 꿈을 이룬 것이다. 이렇게 풍요로운 영동으로 귀농을 해서 염소와 재미나게 사는 것이다. 영동은 곶감, 감, 호두, 포도 등등 특산품이 군 전체 마을에 골고루 생산되는 곳이라 대체적으로 군전체에 풍요로움이 있다. 친구도 그래서 우리가 태어난 천등산 보다 영동을 택한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들이 다른 곳보다는 많은 것이다.


친구 부인이 정성껏 빚어서 끓여준 만둣국과 돼지고기 볶음으로 반주도 맛있게 먹으며 추억에 빠져들었다. 영소 키우기, 복숭아 서리, 건빵서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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