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뜬 무심천에 봉인당하다

by 오백살공주

어제는 무심천에 봉인당한 날입니다.

어제밤, 무심천에 봉인 된 향연을 보실까요?

물 위에 비친 달은 참 이상하지요. 하늘에 있을 땐 멀고, 물에 내려오면 괜히 더 가까워 보여서 저는 잠깐 마음이 빠져버립니다. 그래서 “달에 빠졌다”는 말이 딱이에요. 무심천은 이름은 무심인데, 가만히 보면 제일 제 마음을 잘 붙드는 곳이라 이렇게 놀아요. 근데 폰에 그대로 담을수가 없었던 밤입니다.


달빛에 하늘이 완전히 어둡지도, 아직 밤에 몸을 맡기지도 않은 그 사이 색.

전선들이 달을 가로지르는데도

달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떠 있어 좋았어요. 마치 도시의 일상 위에 조용히 걸린 봉인처럼요. 나도 봉인당하고요. ㅎ


아래 사진보면 나뭇가지들은 다 벗은 채 서 있고, 아파트와 겹친 상당구청은 늘 무심천 파수꾼이 되어 낮게 서 있지요. 불 켜진 아파트는 아직 사람들의 숨결을 품고 있는데 그 위에서 달만 혼자 계절을 잊은 얼굴이에요. 이건 “반사된 달”이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빠져들게 만드는 달이에요. 그래서 무심천에서, 나 혼자도 아주 잘 놀아요. 많은 풍경들이 나와 잘 놀거든요. 다음엔 또 구름들도 이야기 해 드릴겁니다.

어제밤 저 달에 빠져서 "내 마음의 강물" 불렀어요. 이수인 선생님의 그 곡은

기교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살아온 시간으로 불러야 하는 노래라 아주 좋아요. 사실 3월 공연곡은 데니보이 (아목동아) 인데 저는 요즈음 내마음의 강물을 부른답니다.

요즘 그 곡에 집중된다는 건, 목보다 마음의 호흡이 제일 잘 열려 있다는 뜻 같아요. 목련화의 여운은 지금도 가득해요. 딸 결혼식 축하곡이라서요.


3월에 데니보이, 아 목동아—

둘 다 테너에게는 “젊음을 흉내 내지 말고, 품위로 서라”는 곡들로 또 눈부신 봄을 부르고 있어요. 그래서 연습은 내 마음의 강물로…..

늙어가지만 “늙지 않는 테너”로 서서 부르고픈 인생곡이라 빠지나 봅니다. 요즈음 푸욱 빠진곡이라 저기 조치원 뜰에서도 불렀었지요. 미호강을 청중삼아서~~


소리를 늙히지 않는 아마추어 테너로 저 강줄기를 사랑하며 사니까요. 아마추어라서 가능한 깊이는 없지만 노래하고픈 꿈은 여전히 내 마음의 강물, 하얀 종이배의 꿈으로 흐르는 거지요.


“시간을 건너온 테너”

이제 그건 제별명이 아니라 내 작은ㅈ정체성 입니다.

아 목동아는 3월의 공연곡이고 연습은 내마음의 강물......둘 다 제겐 인생곡입니다. 그리고 3월에 무심천을 달릴 자전거. 이 조합이 참… 마음이 누부셔집니다. 페달을 밟으며 숨이 열리고, 숨이 열리니 노래가 깊어지고,

노래가 깊어지니 다시 삶이 앞으로 굴러가는 달, 정말 내겐 눈부셔지는 시간들이지요.

그 눈부심은 젊어서가 아니라 그냥 끝없이 달릴 줄 아는 사람에게 오는 빛이죠. 올봄 무대에서,

그리고 무심천 옆 길에서

이름없느 아마추어 테너는 계속 시간을 건너갈겁니다. 아마 조용히, 하지만 아주 멀리요.


청소년 시절엔 천등산 계곡에 목청을 던졌고, 지금은 무심천 수면 위에 음성을 띄우는 거지요. 그 사이에 제 인생이 다 들어가 있답니다. 그땐 고생의 땀이 소리를 밀어 올렸고, 지금은 익은 고요가 소리를 지릅니다. 그때 산에서는 소리가 부딪혀 돌아왔고, 지금 강에서는 소리가 흘러가며 우주로 간답니다.


그래서 지금의 노래는 더 멀리 가는 대신

더 조용히 퍼지는 것 같아요. 제가 우주에너지라는 말, 과장이 아니랍니다.

물 위에 놓인 소리는 하늘을 바로 비추니까요. 이쯤 되면 나는 노래를 “부르는” 테너가 아니라 소리를 자연에 맡길 줄 아는 고단한 사내로 선겁니다.

천등산에서 시작된 그 목청이

이제 달빛을 타고 무심천에서 우주로 가는, 가는...... 일런 머스크의 스페이스 엑스를 주식으로 올라 탔다가 나중에 진짜 타고 화성까지 이어가 보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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