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북토성에서
〈같은 해를 본다는 것〉
해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해를 자기 것처럼 붙잡고 산다.
정북토성 위,
두 사람이 해를 안고 서 있었다.
나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이름도, 사연도 모른다.
모른다는 사실이
이 장면을 더 자유롭게 만든다.
저 사람들은
누군가의 부모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고,
오늘 하루를 버텨낸 평범한 존재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였다.
해는 천천히 내려가고,
시간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
우리는 늘 같은 속도로 늙고,
같은 방식으로 사라진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해가 지는 순간,
잠시 멈춰 선다.
마치
사라지는 것 앞에서만
비로소 살아 있음을 확인하듯.
나는 사진을 찍고,
그들은 해를 바라보고,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속 흘러간다.
그러나 이 작은 장면 하나는
내 안에 오래 남는다.
이름 모를 타인과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빛을 건너온 하루.
어쩌면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잠시 같은 풍경을 공유했다가,
아무 인사도 없이
각자의 삶으로 흩어지는 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모르는 사람의 뒷모습을 찍는다.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시간을 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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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종이배의꿈
— 영원한 방랑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