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始發)의 10월, 2020 | ep.00
한 끗 차이로 지나고 나야, 이해가 되는 것들이 있다.
이 글을 처음 작성했던 2020년 10월, 나는 상사가 하는 일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었고 마음의 응어리가 쌓여 사소한 일에도 분노할 수 있는 스킬을 습득한 2년 차의 직장인이었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라는 핑계를 내려놓지 못하고 무던히 노력하고,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1년이 지나, 이 글을 읽고 다듬는 3년 차 직장인이 된 나는
- 이렇게 사소한 일에 분노했다니!
-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니!
- 하지 말자 다짐했던 일을 반복하고 있다니!
- 이렇게 남 탓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당시의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뭐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글로도 남을 미워할 정도 슬퍼했을까
1년의 차이가 다양한 관점을 남기듯, 1년 전의 글을 보는 지금의 나는 '성장했다'라고는 할 수 있지만 예민함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읽어보면 자기 합리화와, 남 탓이 대부분인 부끄러운 글을 다듬어 발행하는 이유는 또 다른 누군가는 이해되지 않는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어서, 그리고 작년의 나를 돌아보기 위해. 앞으로의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 해당 글은 2020년에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