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사소한 예민은 앞으로의 일을 예견하듯 다가왔다.
'2020년 10월은 어땠어?'라고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다.
'2020년 10월을 없애버리고 싶어'라고.
그만큼 나에게 그 시간은 너무 힘들었다. 혼자 있으면 자꾸만 힘든 일, 힘든 생각, 부정적인 결론만 도출되어 일도 일상도 쉼 없이 달렸다. 결과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다양한 경험이 남았던 10월이다.
9월 말의 행사 지원은 10월 힘듦의 예고였을까? 9월 말 Y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두 시간 지원을 나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의 경험과 합, 그리고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들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행사 시작 7분 전, 내가 올라갔을 때 아직 고객사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프로그램은 시작되었다. 네댓 명의 멘토들에게 연락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서에 오류가 있었고 모든 순간이 정지되었다. Y는 당황했고, 나는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부터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정리하는 프로세스가 Y가 운영하는 프로젝트의 고객사 성향과 맞나?'
'내가 채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판단한 해결 방안이 맞는가?'
'Y의 롤을 내가 침범한 것이 아닌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존중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내가 왜 여기서 지금 이걸 정리하고 있는 거지?'
이런 의심의 생각들을 하며 진행하다 보니 스트레스와 예민은 극단으로 치닫았다. 진행은 해야 하고, 의심은 들고, 그래도 해결은 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은 있고.
결론적으로는 별 탈 없이 정리가 되었지만, 나는 불안했다. 불안한 마음에 Y에게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나요?'라고 물었고, Y한테 돌아온 답은 '항상 이래서 괜찮아요!'였다. 오묘한 마음이 들었다. 항상 이렇다면 이렇게 진행해도 되는 건가? 더 좋은 방향을 위해 치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원래 이런 것이라면 내가 왜 노력해야 하는가?라는 여러 가지 나쁜 마음. Y가 그 순간 너무 미웠다.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인가요?'라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한 순간의 지원이지만 이 일을 잘 해결해 보자고 생각했던 나 자신에게 너무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에만 남긴 채, 9월의 끝을 맞이했다.
※ 해당 글은 2020년에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