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아직도 세상을 덜 산 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근조화환을 주문했습니다.
배송메시지란을 보며 가만히 고민하다가
'꼭 배송해 주세요'라고 적었습니다.
누군가 모든 걸 막을 것만 같았거든요.
선생님,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고려하여 선생님은 아직도 살아계시대요.
몸이 아파 쉬고 계시대요.
내일이면 선생님은 괜찮아지실까요?
제가 보낸 근조화환을 보며, 왜 날 망인 취급 하냐며 기분 나빠해 주실까요?
선생님은 죽었지만, 아이들은 모든 수업을 차질 없이 들었습니다.
교육감은, 학교구성원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라고 합니다.
그 교육감한테 선생님은 뭘까요.
시스템의 순기능은 이런 식으로
살아남은 인간마저 죽고 싶게 만드나 봅니다.
선생님,
아직은 확실치 않은 정황과 세상을 떠도는 소문들을 들으며
저는 선생님의 죽음을 감히 납득했어요.
선생님이 누구신지도 모르는데,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결국은 이런 일이 생겼다며, 슬퍼하되 놀라지 않는 저는, 이 모든 현실은, 진짜 괜찮은 걸까요.
선생님, 저는 비겁한 사람입니다.
화환을 보내는 것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메시지를 적는 것도
고작 이런 글을 쓰는 것마저도 사실
다 저를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전태일 열사처럼
누군가는 죽어나가야 우리 얘길 들어줄 거라고
제가 푸념처럼 던졌던 말에
선생님이 맞은 것 같아서.
각자가 겪은 험한 일들을 끝도 없이 주고받으면서도
끝내 무엇 하나 바꾸지 못하고,
이렇게나 엉망진창이던 시스템을 개인기로 꾸역꾸역 견디던,
그러다 모든 게 그대로인 채 선생님을 후배로 맞이한 저를,
제발 용서하고 싶어서.
그래서 이 밤에 눈물을 바치는 대가로 죄의식 없이 눈 뜰 내일을 감히 바랍니다.
자기애는 이렇게나 구질구질해서
이런 순간에마저 저는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애를 씁니다.
선생님, 그러니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지옥을 겪으신 건가요.
모든 게 아득합니다.
그렇게 힘이 드신 줄 알았으면
얼마 남지도 않은 내 행복마저 박박 긁어다 나눠 줄 걸.
학교 일은 어떻게든 해결된다는 거짓말을, 진짜처럼 실감 나게 말해줄걸.
선생님
하늘나라에선 천사 같은 아이들만 가르치며 행복하라는 어떤 선생님의 고운 말씀에 저는,
아니, 그곳에선 아무도 가르치지 말고,
아이들과는 엮이지조차 말라는 댓글을 썼어요.
부디 그곳에선 제멋대로 방탕하게 살아내세요.
선생님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처럼.
저는 사회를 저주한 죗값을 치르느라 천국에 가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이 나라에서 교사로 일하는 모든 순간이, 죗값을 치르는 나날들입니다.
선생님의 천국에는 학교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