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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이 Sep 05. 2023

이상한 안부 전화

어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세이야, TV 보나? TV 보지 마라."


"왜?"


"그, 선생님들 뉴스 보는데 마음이 답답하다. 자꾸 보면 우울해지겠다. TV 켜지 말고 다른 거 해."


"응, 안 봐.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


엄마가 본 TV 화면을

난 매일 살아내고 있지만

그냥 알겠다고 했다.


오늘은 운동을 하느라 엄마 전화를 받지 못했다.

화요일, 목요일에는 운동을 한다는 걸 엄마도 알고 계셨다.

핸드폰이 울린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그대로 두었다.

운동 중이라는 대답이었다.


평소라면 한 번으로 그쳤을 전화가 여러 번 울렸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전화를 드렸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엄마의 목소리는 바닷속처럼 울렁거렸다.


"오늘 운동가는 날이잖아. 무슨 일 있어?"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아니, 엄마는..."

엄마는 숨을 한번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혹시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걱정했잖아."


우리 엄마는 이제 내가 밥을 챙겨 먹었는지 묻지 않는다.

배달음식은 몸에 안 좋으니 밥을 해먹으라는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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