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을 읽고
1. 생의 외침
삶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 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에피소드란 맹랑한 것이 아니라 명랑한 것임에도. (p.11)
명랑하게 살자. 명랑함을 잃지 말자. 김상미의 『명랑백서』 처럼. 가끔은 우울하고 대부분은 명랑하게.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p.22)
기본적으로는 탐구하며 살되, 가끔은 그냥 받아들일 줄도 알면서 그렇게 삶의 방향키를 단단히 쥐고 있을 것.
2. 거짓말들
장미꽃을 주고받는 식의, 삶의 화려한 포즈는 우리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란 뜻이었다. (p.28)
마음이 가난할 때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야 마는 것, 저열한 생각을 여과없이 뱉어내는 것. 우아하고 꼿꼿하려고 노력할 것. 절실한 때일수록 더더욱.
3. 사람이 있는 풍경
진모의 삶은 진모의 것이었고 진진이의 삶은 진진이의 것이었다.
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삶의 공식인가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었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이었다. 누군가 내게 그런 실례의 발언을 하는 것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과는 두 번 다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상처받은 내 자존심이 용서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p.51)
무지는 때로 무례를 낳는다. '왜 이렇게 사느냐'는 질문이 공격이 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누군가 나에게 저런 질문을 한다면 명확한 답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 당신의 삶은 어떤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나의 취미였음으로. 그런데 살아보니 늘 스스로에게 떳떳한 선택을 하는 것만은 아니더라고. 이 사실을 깨닫기 전의 내가 무수하게 범했을 무례들에 대해 사과할게 친구들아.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그게 상처가 되지 않으란 법은 없으니까.
내 인생은 나의 것이지만, 그러나 진모에게는 누나의 인생이기도 하고 어머니에게는 딸의 인생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진모의 인생은 나의 남동생의 인생이다. 주체를 나로 놓고 보면, 그러면, 중요도가 확 달라진다. 조용히 입 다물고 구경만 할 수는 없다. 내 인생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나의 남동생의 인생도 가끔씩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p.52)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가깝든 멀든 서로 이어져있다. 그러므로 내 인생이 나의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것. 그렇지만 내 안에 너무 많은 타인이 살아서도 안된다. 주체를 나로 놓고, 중요도를 가늠하고, 거리를 유지하며. 나는 여기 이렇게 있을게 너는 거기 그렇게 있어줘,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서로 힘이 되어줍시다.
어머니는 자신의 힘만으로 상대하기 버거운 문제와 직면하면 마지막 수단으로 동네서점에 달려가 해결법이 들어있을 것 같은 책을 고르곤 했다. (p.62)
책에서 좋은 구절을 필사하듯, 좋아하는 사람과의 수많은 대화 중에 몇 마디를 내 삶의 기록에 빼곡히 넣어두었는데. 이제는 사람보다 책에 더 기대보려 한다. 나이들수록 걱정 안 시키는 친구가 최고라고 하니까.
어머니는 끊임없이 자신의 활력을 재생산해서 삶에 투자한다.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의 재생산 기능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젊어서는 그렇게도 넘치던 한숨과 탄식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삶에의 모진 집착뿐이다. 내 어머니는 날마다 쓰러지고 날마다 새로 태어난다. (p.64)
아니 이거 내 좌우명이잖아? 책에서 보니 반가워서 냉큼 적어본다. 자신의 활력을 재생산해서 삶에 투자하는 생활 양식도, 열정을 다한 자리에 남은 건 삶에대한 집착인 것도, 다음날 아침 새로이 태어나길 바라며 밤에 쓰러지듯 잠이 드는 것도. 화자의 어머니만큼 절박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것은 아니겠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닮아있어 신기했다. 어쩌면 나도 무언가에 절박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5. 희미한 사랑의 그림자
화살표가 어긋날 것을 두려워하는 출연자들이 최선책보다 차선책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것을. 그게 아니라면 대개의 출연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이성을 선호한다는 것을. 그래서 천하의 매력남이나 매력녀는 의외로 불발이 많다. (p.101)
내가 바로 .. 천하의 매력녀 ? (아님) 확실히 그건 알겠다. 나이가 들수록 편안하고 예상 가능한 상태를 선호하고, 삶에 변수를 들이는 것에 주저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
착하고 착한 우리 안진진, 이라고 말하는 남자 앞에서는 더욱 착해지고 싶은 것이다. 또, 그런 남자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김장우가 나한테 거는 주문은 이것이다. 착하고 착한 안진진....... (p.115)
이거 너무 달콤한 가스라이팅 아닌가. 어른스럽다고 하면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싶고, 착하다고 하면 착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진다. 심지어 '우리'라는 단어는 지극히 마법의 단어라고 생각한다.
8. 착한 주리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p.173)
"오, 그건 옳지 않아!"
"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네가 하는 박사 공부는 그렇게 단순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보는 삶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어. 나도 아직 잘 모르지만"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다는 네 말은 핑계 같아. 내겐 교활하게 들려. 세상이 그런 것이라면 우리가 애써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뭐겠어? 난 지금 정말 슬프다." (p.176)
옳은 것과 그른 것만으로 이루어진 줄 알았던 세상이 그저 비슷한 것과 다른 것들의 조합이라는 걸 서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세상은 교과서처럼 결코 단순한 상황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으니까.
"아버지가 잘못한 게 있다면 너무 많이 생각했다는 것이지. 자기 용량을 초과해버린 거야. 그러면 곤란하다는 것도 우리 아버지가 내게 남긴 교훈이고." (p.177)
Overthinking은 내게 축복이자 재앙이다. 이 재능이 나를 풍요롭게 하는 곳에만 쓰이기를 바라며, 생각이 고인물로 흐르려는 순간 물줄기를 틀어 나를 구원해야한다. 생각은 5분 이상 지속되면 안 돼.
9.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
"이유야 또 있지. 안진진이 있잖아. 옆에서 말도 해주고 같이 웃어주고 쉴 새 없이 숨소리를 내는 안진진이 있어서 순간순간이 충만할 텐데 뭣 때문에 카메라를 가져오겠니. 나는 이번 여행에서 사랑하는 꽃 이름을 부르는 대신 안진진의 이름만 열심히 부르기로 결심했어." (p.194)
타인으로 내가 충만해지는 경험, 얼마나 짜릿한가. 하지만 그 사람이 빠져나가고 나면 남은 건 폐허뿐이다.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 에서 말해지듯,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그게 난 나만의 문제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모든 사랑은 거리 조절에 실패하면 재만 남는 것이다. 그 잿더미에서 뭐라도 얻어가는 사람이 결국 그 모든 걸 추억할 수 있는 자격도 가질 수 있는 거고.
김장우와 같이 있으면 몽상이 있었다. 사랑이라는 몽상 속에는 현실을 버리고 달아나고 싶은 아련한 유혹이 담겨있다. 끝까지 달려가고 싶은 무엇, 부딪혀 깨지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엇, 그렇게 죽어버려도 좋다고 생각하는 장렬한 무엇. 그 무엇으로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 힘이 사랑이라면,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의 손을 잡았다. (p.195)
언젠가 친구와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사랑은 사람을 약해지게 한다고. 아주 가까운 곳에 안전지대가 생긴다는 건 사람을 안일하게 만든다고. 성취와 사랑이 공존할 수 있는 건 언제까지였을까? 생애 과업의 허들이 점점 높아지는 시기에는 꼭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걸까?
이 남자를 통해 나는 앞으로 사랑을 배울 것이었다. 때로 추하고 때로는 서글프며 또한 가끔씩은 아름답기도 할 사랑을....... (p.199)
10. 사랑에 관한 세 가지 메모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p.210)
사랑꾼으로서 단연코 말한다. 이렇게 사랑에 대해 적절하게 표현한 구절은 본 적이 없다. '위험을 예고하며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눈 앞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멈출 줄 모르고 직진만 하는 투우의 소처럼 살아왔는데, 이제는 멈추는 법을 좀 알아야할 것 같기도. 살던대로 살아가며 후회를 최소화할 것이냐,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배워 잃는 걸 최소화할 것이냐. 이 문제가 올해의 큰 화두 중 하나다. 잃는 것을 최소화해 가진 것을 지켜내고 후회 또한 담담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하는 게 어른의 방식이겠지? 그런데 시한부 안전도 안전이 맞나요?
11. 사랑에 관한 네 번째 메모
내가 결혼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제발, 부탁이니, 누구도 비난하지 말기를 바란다. 여자 나이 스물다섯에 할 수 있는 결단이 꼭 결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나처럼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결혼 대신 공부를 택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 대신 자기만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으며, 결혼을 비웃으며 결혼할 나이에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는 여자도 분명 있다. 나라고 해서 그 모든 길들에 대해 충분히 사색하지 않았겠는가. 이미 섭렵은 끝났다. 사색이 깊은 나머지 인생 자체가 졸렬해지고 말았다면, 이젠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나인 것이다. 모든 인간이 똑같이 살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발버둥 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나를 학대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특별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찾는 대신 많은 인생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택하기로 했다. 삶의 비밀은 그 보편적인 길에 더 많이 묻혀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므로. (p.217)
세상 모든 여자들이 본인의 선택에 대해 자책하지 않기를. 나 또한 더 이상 나와 주변인들을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사색이 깊은 나머지 인생 자체가 졸렬해질 뻔했음으로. 오만한 시기를 지나는 동안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닿지 않을 사과의 말을 전하며.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유사 사랑인지 알 수 있는 하나의 단서.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이랬으면 좋았을 나'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하며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p.218)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받아야한다고 고집부리던 시절이 있었다. 트라우마에서 오는 강박과도 같은 거였는데 이제는 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모든 부분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장점이 단점보다 많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사람을 사랑한다 이제는.
12. 참을 수 없는, 너무나 참을 수 없는
단조로운 삶은 역시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지난 늦여름 내가 만난 주리가 바로 이 진리의 표본이었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p.229)
삶의 교과서는 인간, 지침서는 책. 끊임없이 보고 부딪히며 배운다. 인간만큼 고자극 컨텐츠가 어디있나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p.232)
14. 크리스마스 선물
자기에게 나쁜 소식은 이런 식으로 막아내면 되는구나. 어이없게도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은 그런 것이었다. 나는 정녕 모르고 있었던 삶의 기교였다. (p.268)
조금 유치하더라도, 안 들으면 그만이다. 그렇게해서라도 나를 지켜낼 수 있다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면. 모든 일에 떳떳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 정도는 그저 기교일 뿐이더라고.
나는 울었다. 추억 속의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현실 속의 내 아버지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내 추억을 희롱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여태 기다렸는데, 이건 부당한 일이었다. (p.270)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다. 사랑해 온 순간들을 액자 속에 간직해두고 싶다면 더더욱. 현실은 생각보다 더 지독할 때가 많으니까요.
15. 씁쓸하고도 달콤한
말하지 않아도 어머니의 행동으로 나는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온 아버지를 용서하고 있었다. (중략) 어머니는 진모 때처럼 또 슬슬 힘을 내고 있는 중이었다. (중략) 어머니는 아버지를 용서했을 뿐만 아니라 포기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p.273)
나는 이래서 사랑이 무섭고 두렵다. 사랑을 시작하면 그 사람과 감정에 대해 얼마나 최선을 다해 의리를 지키는 사람인지 아니까.
17. 모순
아직 나는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p.291)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이모가 그토록이나 못 견뎌했던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p.296)
주인공이 인생에 대해 남다른 결심을 하며 깨어난 어느 날, 그 날로부터 1년 여 간의 생을 담고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할 때, 글의 기본은 '낯설게 하기'에 있다고 했다. 익숙한 사건을 낯설게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일상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책 뒷표지에 있는 '모순'의 소개글을 보면 '삶과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는 인생학 교과서'라는 표현이 나온다. 소설 곳곳에는 눈 앞의 일상과 꼭 닮아있어 곱씹어볼만한 지점이 자주 등장한다. 초판이 1998년에 출판되었는데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달라진 듯 해도 정도의 차이이지,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