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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산행을 준비하며 2

플랫폼의 좌충우돌 백두대간 산행 도전기 02

by 플랫폼


리허설은 시작되다


2022년 10월 09일,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반포하던 날 . 난 북녁땅이 바라다 보이는 진부령으로 차를 몰아갔다. 하늘이 잠시라도 열려주기라도 한다면 막혔던 마음이 뻥 뚫릴 것만 같았다. 숙고끝에 정한 곳은 신선봉. 봉우리에 서서 먼 발치에서 바라보니 금강산 일만이천봉이 파도치듯 꿈틀거린다. 비로봉은 어드메일까.

KakaoTalk_20250806_093629912_01 (1).jpg 신선봉

순간, 희망이 용솟음치고 꿈도 꿀수가 있었다. 멀리서, 플랫폼님! 어서오세요 라며 응원해주는것 같았다. 동해의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잿빛 바다멍에도 빠져본다. 먼 북녁땅을 향해 힘껏 기도도 해 보았다. 남과 북이 하나되어 대간 마루금 하늘길이 조속히 연결되어 주기를 염원해 보았다. 아주 간절히~~


하늘로 오르는 한길이 있으니, 그 이름하여 백두대간 마루금이라 칭한다.
그 길은 또한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서는 길이기도 하다.


난, 그 길을 가고자 한다. 도상거리 690여 킬로미터, 실제거리 1,000킬로미터. 이 땅에 뭇 생명을 있게 하고 열개의 큰강을 흐르게 한 근원으로서, 6개도와 12개시, 18개 군에 걸쳐있는 남녘의 등줄기를 직접 걸어볼 것이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내 나라 내 땅의 하늘길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걸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


대간마루금의 시간은 바짝 다가오고
나에겐 고행의 시간만 남다

D-DAY가 며칠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2023년 5월 5일. 그 날은 나에게 의미있는 날이어야 한다.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난, 동안 내 자신과의 약속을 밥먹듯 어겨왔다. 하지만, 지금부턴 달라져야 한다. 가슴이 떨리고 심하게 울렁거린다.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흥분보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앞선다. 난, 과연 아무런 문제없이 하늘길을 완주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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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갈래 길이 내 앞에 있다. 난, 그 중 한길을 택헸다. 고행의 길이다. 혹자는 쉬운길을 놔두고 굳이 힘든길을 택했느냐고 반문할수도 있지만. 힘이 드느냐, 아니냐, 옳고 그름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한해가 지나고 23년 4월 30일. 난, 추암 촛대바위에 섰다. 모든걸 내려놓고 싶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내던져버리고 주변도 좀 보고 가끔씩 뒤도 돌아보며 다사다난했던 지난 삶을 회고해 보고 싶었다. 멈춰서면 과연 보일까. 가다보면 길은 있는 걸까. 막혔던 심장이 뻥뻥 뚫리기는 하는걸까.


멈추면 과연 행복일까

저 동쪽 수평선 끝에서 용광로의 쇳물처럼 작열하며 떠오르는 태양신께 두손 고히 모아 기도드렸다. 동해 천길 심오한 바닷고 용왕님께도. 저 하늘끝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시는 염라대왕께도 두손 고이 모아 소원해보았다. 대간마루금 무탈하게 완주하게 해달라고. 조그마한 미풍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리게 해달라고.


그리고, 하루빨리 남과 북이 하나되어 단절된 대간 마루금이 이어질수 있기를 빌어보았다. 나의 간절하고도 절절한 마음 들어주실까.

KakaoTalk_20250806_093434080_01.jpg
리허설은 끝이나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문제는 나의 마음. 자그마한 미풍에도 자꾸 흔들리는 내 마음이 어떨지. 저기 멀리 물밑에서 잔잔히 떠오르는 태양이 나에게 미소지어주는 듯하다. 옆에서 지켜줄테니 앞만 보고 가시라고.


이른 아침, 바람이 꽤 차갑다. 다시 방향을 바꿔 영월 땅으로 향했다. 라이딩을 계획했지만 무리로 보였다. 선바위골 소원바위가 아른거렸다. 도착한 어평재는 아무런 말이 없다. 날 비웃기라도 하듯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


펑크난 고무주부에서 바람 빠져 나가듯 자주 변하는 내 몰골을 보며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잠시 흔들렸다고 말해주며 구렁이 담넘듯 그곳을 뺘져나왔다.

KakaoTalk_20250806_093257071.jpg 추암 촛대바위

마지막 리허설. 소원바위를 향해 한발두발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새 청명해진 하늘과 들머리에 개벚지나무가 유난히 살살거리며 날 반겨준다. 사랑과 희망이 꽃망울에 가득하다. 금낭화, 삿갓나물의 속삭임따라 20여분 올라주었더니 소원바위가 어른거렸다. 우람한 자태, 영험한 기운에 난 긴장했다. 자장대사의 원혼과 부처님 진신사리의 뒤태가 되살아나듯 피어났다.


어찌 이리도 영험할수가 있단 말인가. 어찌이리 당당할수 있단 말인가. 순간 두 발이 얼어버린듯 굳어버렸다.


소원바위는 말없이 가라한다.

신라의 고승인 자장대사가 고행끝에 모셔온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명당터를 뒤로 하고 선바위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왠지 발길이 가볍다. 홀아비꽃대도, 초록의 노루귀도 미풍에 흔들린다. 정상은 부드러웠고 여인의 뒤태처럼 미려한 산의 품격이 느껴진다. 저멀리 어제 지나와던 어평재와 여인네 젖가슴처럼 유려한 마루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즐거운 하산길이다. 조짐이 왠지 좋다. 동의나물이 지천에 깔려 날 호위해주고 당개지치도 완연해진 봄의 기운에 취해있다. 이렇게 나의 출정식이 모두 끝났다. 며칠 남지 않은 출정식. 리허설은 끝이나고 이제 실전만 남았다.


천왕봉은 과연 날 받아줄까


계속해서, 좌충우돌 도전기 3, 기상특보는 해제되고 편이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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