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추월차선, 부는 앞서가기 어렵지만 생각이 앞서기는 쉽다.
코로나 때문에 한참 나가지 못하다 잠시 햇볕을 쬐려 집 앞을 걷다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점에서 만족스러운 1500원짜리 더치커피를 마시며 오는 길이었다. 더치커피가 1500원이라니! 아메리카노야 저렴한 카페가 많다지만 더치커피나 콜드브류는 조금 더 비싸게 받는 게 일상이었는데 이게 웬 횅 재인가 싶었다. 작은 것부터 행복해하고 긍정적인 걸 보기로 마음먹은 요즘 그러한 소소한 것들이 나의 하루를 하나씩 채워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카페를 돌아 나오니 아주 큰 빌딩들이 눈에 보였다.
카메라에 담지 도 못할 만큼의 높이의 빌딩 그리고 세련됨. 마치 멜버른의 중심지구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서울의 강남을 우연히 한 번 걸은 게 고작이지만 강남스러운 분위기랄까.. 걸어서 10분가량 떨어진 집으로 돌아가며 생각했다. 저런 빌딩, 아파트에 살고 싶다고. 탁 트인 거리, 시원한 하늘이 보이는 이 거리가 너무 좋게만 느껴졌다. 반면 나의 집은 이 곳에서 고작 10분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가파른 오르막을 하나 건너 곧 재개발이 될 거라는 말만 기다리는 스러져 가는 빌라였다. 그 오르막을 올라 엘리베이터 없는 집 계단 꼭대기 층에 힘겹게 도착하니 엊그제 주문한 바퀴벌레 퇴치약이 나를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관리비가 싸다는 사실은 언제나 계단을 힘차게 오르게 만들어준다.) 나의 집 앞은 이렇게 화려한 빌딩으로 가득한데 나의 집은 오래되고 허름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 가까운 두 장소가 마침 유난히 대비되어 보였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하는 생각 단지 그뿐이다. 오히려 이 크나크고 탁 트힌 거리는 날 숨 쉬게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안겨준다. 내 집 앞에는 좋은 빌딩과 풍경들이 있구나 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