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전 Apr 16. 2021

.툭 쓰는 글

글은 그냥 툭 쓰는 것이다

툭.


어떤 말이든 마구 뱉어 놓고 싶었던 경험이 누구라도 있을 것이다. 정확히 무슨 말이 하고픈지는  몰라도, 넘실넘실 생각들이 차오르다가 머릿속을 범람해 흘러 넘치고야 마는 순간이 있다. 그런 생각들을 허겁지겁 주워 담아 글을 적어 내고 나면,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생각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비로소 마주보게 된다.  글을  것도 , 그런 생각을  것도 나인데. 암호를 해독하는 것처럼 찬찬히 내가 뱉어낸 생각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나에 대해 모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가슴에 쌓인 말들이 많았구나. 다른 사람의 일기를 대하듯, 안쓰러운 마음도 들면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치유의 행위라고 느끼는 걸까? 글을 쓰는 행위 만으로도, 나는 나의 감정과 오롯이 소통할 기회를 갖는다. 소설가가 아니어도, 칼럼니스트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같다.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가지만, 자신과의 소통은 등한시 하곤 한다. 나도 나와 소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그저 이런 저런 콘텐츠들에  잠겨, 잡생각을 떨쳐버린다는 명목으로 생각을 애써 단절시키면 그만이었다. 아마 터놓고 싶었던 마음들은 해소되지 못한  가슴  깊이 쌓이고 있었겠지. 계속 놔두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싱크홀처럼 한번에  가라앉아 버릴지도 몰라. 그래서 그렇게 가슴이  뚤리기 전에, 어떻게든 일단, - 하고 쓰는 것이다.


 낚시를 하듯이 일단 찌를 던지고 나면, 단어에 얽혀있던 감정들이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내가 이 글을 툭. 이라는 한 단어로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원히 못생긴 삼각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