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을 받아들이기

by 푸푸

이유를 알 수 없던 신생아의 발악같은 울음에 같이 울고, 같이 소리지르던 초보 엄마. 이제 만16개월을 같이 살았으니 적응할만도 한데, 여전히 아기의 울음은 내 뇌의 감정조절을 담당하는 어딘가를 마비시키는 것 같다. 하루에도 수백번 “엄마엄마” 울먹거리며 나에게 손을 뻗고 칭얼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안쓰럽다가도 화가 나고, 같이 울고 싶다가도 분노가 샘솟는다. 고작 3.5킬로그램짜리가 내 삶을 통째로 바꿨다. 혼자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충전인 나에게서 충전 시간을 완전히 빼앗아가버렸다. 그러니까 방전 직전에 겨우겨우 10% 정도씩 충전하며 겨우겨우 동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지금 나의 삶.


“그게 너무 힘들어요. 내 시간이 없는 게. 눈 뜨면 아기 아침 챙겨놓고 애 보면서 출근 준비, 단축근무 때문에 출근하면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일하고, 퇴근하면서 하원해서 아기랑 놀다가, 아기 자면 이제 남편이랑 놀아줘야하죠, 밥하고 치우고 씻으면 잘 시간.... 이걸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기약도 없고 휴가도 없이."

한숨 푹푹 내뱉는 하소연에 선배 엄마의 답은 명쾌했다. “그냥 받아들이는거야. 이제 이 삶이 내 삶이다."


아, 이게 내 삶이구나. 그 작은 존재와 기싸움을 해보겠다고 버텨보지만 구역질까지 하며 울어대는 10킬로짜리를 읏차하며 결국 들어올리는 일상. 네가 정신없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새근새근 잠들고 나면, 어머 얘 허벅지 봐 너무 귀엽지- 왜 이런 자세로 자는지 몰라- 하며 남편과 낄낄대는 밤. 수백번 울음에 미칠 것 같다가도 나에게 안겨 짓는 웃음 한번에 찰나의 행복을 느끼는 삶.


모성애라는 건 아이를 품으면 저절로 퐁퐁 샘솟는 것인줄 알았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모성애는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전우애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오늘도 같이 울고 짜증내는 못난 엄마지만 내일은 조금 더 우리의 전우애가 깊어질 거다. 언젠가 저 작은 존재가 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만약 네 엄마의 모성애가 겨우 이 정도임에 서운함을 느낀다면, 네 성격이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꼭 참고하길 바란다. 그래도 정말 사랑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저 작은 존재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일이라서, 악몽이라도 꾸는 날이면 잠결에 네 이름을 크게 외치며 깰 만큼.



학급 아이들에게 매일 아침 '글똥누기' 글쓰기를 강요하며 똥같은 글이라도 적어보라 윽박지르는 담임이면서, 정작 내 하루는 이래저래 흘려보는 게 아까워서 무엇이라도 써봐야 할 것 같다. 요즘 내 하루는 거의 너에 관한 일이니 아무래도 대부분은 저 작은 존재에 관한 글이겠지.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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