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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Jan 10. 2024

기록을 사랑하는 이유

23년 9월 4주차 회고

매 주를 돌아보는 회고 루틴을 개시한 지 3주 가량 흘렀다. 나는 원래는 '기록'을 좋아했어도 '회고'는 처음이다. 말장난처럼 서로 비슷해 보여도, 기록은 '지금'의 캡쳐가 중요한 반면 회고는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성장을 고민하는 활동이라, 결과물이 닮았어도 성격이 조금 다름을 느낀다. 이번에는 회고 이전에 내가 여태 사랑해 온 '기록'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기록 애호

난 방식이 뭐든 기록하길 좋아해왔다. 일기도 열심히 쓴다. 내 모습을 사진찍히는 데 흥미가 없었는데, 사진 잘 찍는 친구와 친해진 이래, 내 젊고 행복한 모습을 친구가 남겨주는 게 좋아서 서로 많이 찍어줬다. 책을 읽다 생각이 머무는 구절에 플래그를 다는 것도 좋아한다. 너덜히 남은 플래그들이 나에겐 보람된 기록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처음 사용할 땐 바늘땀 업로드를 해보기도 했다. 공연을 좋아할 때는 순간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리뷰를 쓰며 붙잡으려 했다. 플룻을 불던 때는 동요 부터 시작해 어엿한 곡을 연주할 때 까지 연습 영상을 남기며 뿌듯했다. 최근엔 열심히 나보다 나이많은 필카의 셔터를 누른다.


이처럼 난 매 순간을 내키는 방식으로 기록중이다.


기록의 효능

기록은 행위 자체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감사할 일이 많은 인생을, 순간 순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어 준다.


신입사원 시절, 어린 시절의 절실한 노력과 기대 끝에, 결국 멍청하고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재미없는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애석함에 빠진 적이 있다. 학생 때 내 삶에 깃들었던 색채를 전부 뺏긴 듯한 심경이 힘들었다. 물론 회사에서 쏟아진 벅찬 어려움들 때문에 인생을 바라보는 회색 필터가 씌워진 시기이긴 했다.


인생에 치여 모든 기록 행위를 멈춘 상태였던 바로 그 때, 어떤 심경이었는지 기록을 재개해 봤다. 그러자, 과거에 비해 인생의 색채가 흐려졌을 지는 몰라도, 난 매 순간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고 있으며, 불행 한가운데에도 자그마한 감사 거리들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도 가끔은 《착하게 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후 사무직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약간의 애석함이 숙명처럼 찾아든다. 그때면 기록들이 '좌절감은 기분탓일 뿐, 실제로 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어' 라며 나를 지지해 준다. 언제까지 갈 진 몰라도, 매주 회고하는 습관 또한 나를 지지해주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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