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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Jan 10. 2024

소비가 주는 건 쾌감이지 행복이 아니야

23년 10월 2주차 회고

연휴에 허름한 옷을 버리며 부끄러운 과거가 떠올랐다. 학생때 용돈으론 못 사며 선망만 했던 옷가지들이 있었다. 그걸 소유하고 착용하면 내가 더 행복해지리라 오해했다. 그래서 사회인이 되자마자 백화점 여성복을 많이 쇼핑했다. 그리고 두 가지를 깨달았다.

옷차림이 내 가치를 높이지 않는다. 고급 브랜드 옷을 못 가졌을 땐, 그걸 입으면 멋져 보이고 행복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옷이 고급일 수도, 사람이 고급일 수도 있으나, 둘은 별개 얘기다. 나부터, 누가 명품을 입었다고 가치까지 높게 생각했던 적이 있던가? 아니었는데 왜 그런 착각을 했을까.

쇼핑이 주는 행복은 말초적이며 뒤끝이 공허하다. 입사 당시엔 지금 회상해도 눈물이 맺힐 만큼 힘든 일이 많았다. 아는 방법 중 제일 강력한 '소비'로 무마시키려 했다. 힘들었으니까 써도 되잖아, 내가 어떻게 번 돈인데? 하는 달콤한 합리화가 있었다. 소비에도 물론 행복이 있으나, 찰나였고 끝나는 즉시 공허했다.


교훈을 얻은 시점엔 내 벌이에 사치를 저질렀다고 생각해서 많이 우울했다. 차라리 여행을 갈 걸, 기부를 할 걸, 뭐라도 다른 걸 할 걸 했다. 그렇게 '버티며' 번 돈을 허무히 써버린 자신을 후회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외모 치장에 큰 돈을 지출한 경험은 미련을 버리게 해 주어 후회하지 않는다.

이젠 지출으로 행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내 분수보다 큰 지출이 주는 행복은, 말초적 자극과 공허한 뒤끝을 준다. 그게 내가 추구하는 행복관과 멀다는 것도 그때 겪어보고서야 알았다. 이 깨달음 후엔 적어도 기분이 소비를 부추기지 않는다. 오히려 '슬프거나 화날 때 중요한 결정 하지 않기' 를 평소 중시하는데, 그 연장선에서 기분이 다운되면 잠시 소비를 멈춘다.

두꺼운 옷들 외엔 개성있고 저렴한 옷을 산다. 여전히 잘 어울리는 옷이나, 예쁘다고 여기는 스타일을 입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이젠 몇 년 입을 두껍고 베이직한 니트, 코트 등에는 투자하지만 나머지는 싼 옷으로 최신 유행 스타일을 맘껏 입어보고 있다. 지금은 조합을 할 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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