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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May 21. 2024

눈치학 개론

2024년 1월 4주차

눈치를 본다는 것


나는 눈치를 많이 본다. 작년에 깨달은 건, 나와 사적으로 친밀한 사람들은 제각각처럼 보여도 공통적으로 눈치를 보는 사람이란 사실이다. 거꾸로 말하면 난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이랑은 깊어지기 어렵다는 한계도 알게 됐다. 


눈치를 보는 사람은 눈치가 있는 사람과는 다르다. 눈치 백단인데 눈치를 안 보거나, 눈치를 매일 보는데 눈치 없는 사람 등이 있다. 나도 후자다. 눈치 유무를 떠나, 눈치를 보는 사람의 배려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려 한다. 


눈치 보는 게 나쁜 걸까? 


'눈치를 본다' 는 말의 어감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친구에게 말하고 싶은데 친구는 들을 상황일까?' '회사에서 행동을 하려는데 동료가 당황하지 않을까?' 이렇게 내 맘대로 하기 전 상대를 살피는 만큼만이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엔 '눈치 보기' 에는 죄가 없다. 


다만 문제는, 눈치를 본 끝에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하게 남에게 휘둘린다던지, 눈치를 보느라고 나 하고싶은 걸 포기한다던지, 자존감이 낮고 주눅들어서 눈치만 보고 산 다던지, 이런 앞뒷단에 달리는 것들이 문제일 뿐이다.  


앞으로는 눈치 안 보는 사람들을 앞으로 경계하겠다 가 아니다. 이런 생각 끝에, 눈치 안 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끼는 당혹감의 근원을 알게 됐다. 한편 상대는 눈치 보는 내가 답답할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 나를 바꿀 필요도, 그들이 바뀔 필요도 없고, 조금 더 어우러져 살아가기에 도움이 되는 생각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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