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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성 Sep 29. 2015

#10. 우리는 송신기이자 수신기야

[임신을 위한 힐링] #10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삼촌 : 숙모 왔나보다. 숙모는 열쇠가 있어도 꼭 초인종을 누른단다. 왜 그러는지 아니?

선영 : 삼촌이 문으로 나와서 반겨주기를 기대하는 거에요?

삼촌 : 맞어. 꼭 그런다니까. 더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싶은 거지.


이 부부는 정말 닭살이다.


숙모 : 아, 선영이 왔구나. 그 동안 잘 지냈어? 지난 번에는 얼굴 못 봐서 서운했다야. 그동안 별 일 없었고?


숙모의 손에는 과일 봉지가 잔뜩 쥐어져 있었다. 숙모는 과일 킬러다.


선영 : 혼자 오세요? 삼촌이 오늘 누구 온다고 하던데...

숙모 : 누가 온다고? 여보, 누가 오기로 했어요?"

삼촌 : 응, 내가 선영이한테 누구 좀 소개해주려고.


삼촌은 놀란 토끼눈을 한 숙모에게 말 없이 빙긋 웃으며 윙크를 보냈다.


삼촌 : 자, 우선 여보, 밥부터 먹자고. 내가 당신을 위해 명란젓 계란찜을 준비했어. 얼른 손만 씻고 와. 선영이도 배고플 거야.

숙모 : 어머, 정말요? 그런데 그게 정말 나를 위한 건가, 당신을 위한 건가? 그거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잖아요.

삼촌 : 하하, 그렇지. 선영아, 너는 밥 좀 퍼줄래?


삼촌이 뚝배기를 불위에 올려 놓고, 냉장고에서 빠른 손놀림으로 반찬을 꺼내며 말했다.


선영 : 근데, 아이들은요?

삼촌 : 응, 할머니집에 갔어. 녀석들은 거기 가면 TV를 맘껏 볼 수 있지. 또 할머니가 과자도 잘 사주시니, 아주 녀석들의 천국이야.


식사를 마친 후 삼촌은 거실 쪽 편안한 쇼파로 앉자고 제안했다. 삼촌은 쇼파에 앉아 핸드폰을 꺼냈다.


삼촌 : 좋은 음악 들으면서 얘기할까?


삼촌이 핸드폰을 조작하자, 음악소리가 거실 반대편 스피커에서 나왔다.


선영 : 어, 삼촌 그 핸드폰 음악이 저기에서 나오는 거에요?

삼촌 : 그래, 신기하지? 이 핸드폰의 진동이 저 스피커로 전달되는 거야.


삼촌은 자신의 핸드폰을 자랑스럽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선영 : 진동이요? 핸드폰 진동으로 음악이 전송돼요?

삼촌 : 하하, 네 눈에는 지금 핸드폰이 흔들리는 것이 안보이는 거지?


그랬다. 삼촌 핸드폰은 전혀 진동하고 있지 않았다.


삼촌 : 지금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 핸드폰에서 무선 블루투스 신호를 통해서 저쪽 스피커에 전달되는 거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야.

지금 TV를 켜면 공중파 방송이 잡히고, 화려한 영상과 사운드가 나와.

신기하지? 이 허공에 영상신호와 음성신호가 가득하다는 얘기지.

사실 이게 허공(虛空)이 아니야. 살아 움직이는 진동으로 가득 차 있지.

방송국에서 큰 안테나를 통해서 송출하는 신호만 이 공중에 있을 거 같니?

너와 나의 생각, 표정, 그리고 주고 받는 말들도 역시 물리적인 진동이 되어 이 공간을 채운단다.

우리 모두는 송신기이자 수신기이지.

생각은 분명 물리적인 에너지가 있단다.


삼촌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렸다.

허공은 사실은 허공이 아닌 듯 싶다.

스피커에서는 시냇물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삼촌 : 음악 좋지?

이거 들으면서 눈감고

산 속을 생생하게 상상하면

산 속에 들어와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이 소리는 산에서 채취해온 진동이란다.

산에 있는 모든 진동을 다 담아온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소리의 진동은 담겨져 있겠지.

그러나 이게 우리 귀에는 단지 소리로 들려도 그저 소리만은 아닐 수도 있어.

우리가 이 진동을 청각으로 해석해내고 있을 뿐이지, 우리가 감각하지 않는 온갖 형태의 진동을 담겨 있을 수 있거든. 우리의 오감은 못 느껴도 육감은 느끼고 있을 거야.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내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고, 삼촌은 뭔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삼촌 : 그러니까 내 말은 뭐냐면, 우리 몸을 고치기 위해서 그저 눈에 보이는 음식이나, 약 같은 것만 생각하지 말자는 거야.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끼치는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거야. 

생각은 에너지야. 

생각은 진동한다.

생각에는 주파수가 있어.

우리는 모두 송신기이자 수신기야.


삼촌은 숙모가 깎아다준 사과를 입에 한 가득 넣은채 중얼거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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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은 지금 여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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