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성 Sep 29. 2015

#6. 박하향이 날려버리는 생각

[임신을 위한 힐링] #6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번 삼촌과의 만남 후 커피를 끊고 건강차를 매일 마셨다.

커피를 끊고나니 몸이 축 처지고 졸리운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그런 느낌이 사라지고 다시 활기가 도는 것 같다.


초인종을 누르자 삼촌이 앞치마 차림을 한 채 반겼다.

선영 : 삼촌, 웬 앞치마에요?

삼촌 : 삼촌 쉬는 날이잖니. 이런 날 밥 한 번 해봐야지. 


삼촌은 숫가락을 치켜 들며 윙크하며 말했다.


삼촌 : 너도 밥 안먹었지? 조금 기다렸다가 숙모 들어오면 같이 먹자. 내가 명란젓 넣은 계란찜을 만들거야. 이거 밥도둑이다.


삼촌은 능숙한 솜씨로 뚝배기에 계란을 깨 넣고는, 신나게 휘저었다.


삼촌 : 잠깐 거기 앉아라. 숙모 오면 이거 불에 올리자. 잠깐 앉아서 쉬렴. 이것만 마저 하고.


삼촌이 앞치마를 벗고,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


삼촌 : 선영아, 오늘 내가 너한테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

선영 : 네? 누가 오기로 했어요? 손님 오시는데 제가 온 거 아니에요? 어, 그럼 저 그냥 갈까봐요.

삼촌 : 아냐, 아냐. 네가 꼭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야. 얘기하고 있다보면 올 거다. 아주 편한 분이니까 아무 걱정 마.


삼촌은 야릇한 웃음을 띄우며 나를 진정시켰다.


삼촌 : 오늘 하루는 어땠니? 뭐 열받는 일은 없었고?

선영 : 열이야 뭐 맨날 받죠. 최팀장이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아주 사람을 바짝바짝 태워요.

삼촌 : 여자니?

선영 : 네, 여자에요. 목소리가 꼭 철판 긁는 소리 같아요.


삼촌 : 하하, 힘들겠구나. 목소리 들을 때마다 소름 돋겠는걸?

선영 : 정말 그래요.

삼촌 : 어딜 가나 그런 사람들이 꼭 있어. 거참 희한하지? 정말 꼭 있다니까.

선영 : 삼촌도 그런 사람이랑 일한 적 있어요?


삼촌 : 물론이지. 삼촌이 큰 조직생활을 했던 것이 병원생활이었잖아. 병원이 꼭 군대 같거든. 상하관계가 분명하고, 상사가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하고, 절대 대들지 못하는 곳이지. 근데 우리 과에 아주 특이한 상사가 있었단다. 하하, 지금 생각하면 그 양반한테 좀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 그때 내가 좀 철이 없었다.

선영 : 크크, 삼촌도 그랬었군요.


삼촌 : 사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고, 단련시키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다양한 인생을 맛보는 거 아니겠니? 흠, 그럼 오늘은 열받은 조카를 위해 박하차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구나.



선영 : 박하차요? 그건 어디에 좋은 건데요?

삼촌 : 어디에 좋긴, 몸에 좋지.


하여간 삼촌은 저렇게 가끔 장난꾸러기 같다.


삼촌 : 박하는 머리와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열 받아서 위로 몰린 열을 가볍게 흩어주는 효과가 있지. 그 향기만 맡아도 시원해잖니.

선영 : 아하, 박하가 그런 효과가 있군요.


삼촌이 물을 끓여 온 뒤 박하 티백을 찻잔에 넣었다. 향기가 좋다.


삼촌 : 자, 향기를 마시며, 열받는 생각을 날려 보내렴.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에 다시 후~ 내쉬면서 "열이 흩어져 나간다~"라고 생각해봐. 


삼촌은 눈을 감고 큰 숨을 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최팀장을 생각하니 그냥 한숨만 나온다.

삼촌은 그런 나를 향해 빙긋 웃음을 짓고는 다시 말을 있었다.


오늘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사뭇 궁금했다.


이전 글 보기  |   다음 글 보기

[임신을 위한 힐링] 목차 보기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연유 - 필독


이재성은 지금 여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5. 너는 작가이자 주인공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