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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Aug 04. 2020

문경, 누이집에서

작은 배움터

휴가를 받아 더위도 피하고, 코로나도 피할 겸 해서 누이가 사는 문경에 왔습니다.


부산에서는 밤에도 더위가 식지 않아 침대에 누워있으면 등에 땀이 배이는데,

간밤에는 기온이 23도까지 내려가 오랜만에 쾌적하게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어나

누이집 뜰앞에서 피어나는 예쁜 꽃들을 보았습니다.

이 있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도 있었습니다.

빨간색만 보았는데, 문경엔 연분홍색 상사화가 피더군요.

연분홍 상사화

섬세한 아름다움, 정숙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진 부용화도 있었습니다.

양귀비와 더불어 아름다운 미인을 빗대어 부를 때 인용하는 꽃으로 자태가 곱고 화려했습니다.

무궁화 꽃과 많이 닮았고 접시꽃과 비슷한데, 크기가 더 크더군요.

왼쪽 위  부용화, 왼쪽 아래 무궁화, 오른쪽 접시꽃

흰 꽃을 피운 박 넝쿨과 노란 꽃 호박 넝쿨이 담장을 기어오르고 있었는데,

그렇게 큰 호박잎을 본 적이 없습니다.

누이가 거름 밭에 호박 모종을 심었다고 하더군요.

거름이 넘치니 호박 맺을 생각은 안 하고 잎만 무성하고, 넝쿨만 힘차게 뻗어 내리더군요.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결실을 맺기 위해선 적당한 격려와 동기부여가 중요하고

넘치는 지원이나 지나친 자극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제는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다행히 오늘  아침엔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누이를 따라 사과밭에 갔습니다.

지난 번에 꽃 화분  후 작은 포도알만 한 사과를 일정한 간격으로 솎아 주었는데

또 솎아 내야 한다는군요.

벌써 주먹만큼 크고, 더러는 빨알간 색으로 익어가기 시작한 사과를

또 솎아내야 한다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어도 될 만큼 크고 맛이 든 사과를 가위로 잘라내면서 여러 번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과가 나란히 붙어 자라거나, 사과 간격이 좁거나,

사과의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

뒤늦게 꽃이 피어 다른 사과보다 지나치게 작은 사과는

가차 없이 솎아내야 한다는군요.

그래야만 가을에 알이 굵고 맛이 좋은 등품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답니다.

쓸데없는 시도와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여러 가지 생각과 잡념은

적당한 시기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여러 방안과 시도를 적당히 숙성시켜야 하겠지요.

시간이 지나가면 솎아낼 것은 솎아내고 , 핵심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교훈과 지혜는 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과 과수원에서도 올바르게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더군요.


그래서 우린 늘 깨어서 마음의 문을 열어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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