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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Aug 22. 2020

운남성 쿤밍, 그리고 대리 리백족의 삼도차

중국, 리장 대리 여행 첫날

(1일 차)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3시간 반 만에 윈난 성 주도인  쿤밍에 도착했다. 인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곤명은 보석 비치의 밀수와 차마고도의 보이차로 부를 축척한 도시다. 우리에겐 중국 하면 계림이나 장가계가 떠오르지만 중국인에게 최고 관광지는 윈난 성이고, 그중 차마고도의 리장, 대리가 중국 관광지의 정점에 해당한다.

10시 반에 곤명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시내  중심에 위치한 소피텔에서 짐을 풀었다. 특급 호텔답게 로비 장식은 거대하고 룸은 아늑했다. 잠시 50층 바에 들려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야경을 내려다봤다. 곤명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여강, 대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호텔에서 5시 반에 출발하기 위해 짧게 잠만 자야 하니 호텔 경비와 시설이 아까웠다.



(2일 차)

인구 630만의 쿤밍 공항은 인천 국제공항만큼이나 크다. 국내 항공 사용에도 불구하고 1시간 반전에 도착하여 입구에서 티켓팅하고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까지 900미터를 걸어갔다. 빽빽이 들어선 상가 틈에서 어김없이 중심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중국의 자본주의 도입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스타벅스의 상징. 커피콩 따는 모습


쿤밍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대리에는 중국의 소수민족 중 백족이 주로 살고 있다. 이들은 흰옷을 즐겨 입고, 흰색 벽의 기와집에 산다.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백김치를 먹고, 된장을 즐기는 이들의 생활문화의 많은 부분이 우리 민족과 비슷하다. 그래서 백족을 고구려 유민으로, 중국 중원까지 세력을 펼쳤던 발해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고 한다.

민속촌에 들려 춤을 추는 백족의 공연을 보았다. 결혼식을 재현한다는 그들의 춤은 댄서의 무표정으로 인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밝은 표정이 아쉬웠다. 그러나 그들이 건네주는 세 잔의 차는 인생의 큰 교훈을 담고 있었다. 첫 잔은 쓰고 둘째 잔은 달며 셋째 잔은 떫고 아렸다. 인생은 고진감래, 오랜 고통 후에 달콤한 행복이 찾아오고 또 그 후엔  쓰라린 진통. 백족은 '인생은 그렇게 반복된다'는 진리를 일상의 차를 통해 되뇌면서 생의 끝까지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기를 다짐한다.


대리의 숭승사는 중국 불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고, 천 년 전에 세워졌다는 삼탑은 여러 번의 지진을 이기고 우뚝 서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대리에서 두 시간 반 거리에 있는 리장으로 가면서 차마고도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 주던 실크로드보다 앞서 개척되어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차마고도는 티베트의 마방들이 수개월 동안 약재와 가죽을 야크의 등에 지우고 말을 끌어 4천 미터가 넘는 산과 깊은 계곡의 좁고 아슬아슬한 길을 걷고 걷는 옛길이다.  윈난 성에 도착하여 차와 물물 교환하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는 처절한 삶의 현장이다. 차와 말이 다니던 옛길, 차마고도의 기원은 610년경 중국의 당 태종 이세민을 도와 국가를 주도했던 장군의 딸 문성공주가 티베트왕과 결혼을 위해 지참금으로 가져갔던 차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차를 몰랐던 티베트인은 야크와 양고기를 주식으로 먹었고, 몸은 온통 기름기가 넘쳐났다. 결국 내장비만과 다른 원인으로 평균 수명이 30살을 넘기지 못했단다. 공주가 가져 간 차를 마시니 몸속 기름기가 녹아내려 생명이 연장되었다는 사실에 차마고도라는 거칠고 아슬한 생명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리장에는 이 땅을 470년 동안 다스려 왔다가 청나라 시절에 주권을 중국에 빼앗겨 소수민족으로 살고 있는 나시족이 주로 살고 있다. 나시족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다.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로 나름 문화와 전통을 잘 지키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제로 등재된 여강고성은 잘 보전되어 옛 나시족이 살았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골목길이 많아 자칫 길을 잃어 행방불명될 만하다. 해외에서보다 중국인 자체 관광객이 더 많이 찾아든다. 관광이 인구 40여만 명이 살고 있는 여강의 주 소득원이다. 여강고성은 주인인 나시족이 집을 세주고 타지 사람들이 와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관광객은 넘쳐나고 물가는 높았다.


운남성 어디를 가나 차를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여강고성도 예외가 아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비싸게 차를 파는 곳을 피해 정직한 가격에 양질의 보이차를 파는 곳을 용쾌도 찾아갔다. 번잡한 상가 바로 뒷골목에 장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창고형 가게가 하나 숨어 있었다. 선반과 바닥 모두에 원형으로 첩첩히 쌓인 차반들이 가게를 빽빽이 채웠다. 여강고성내 많은 가게에서 이 가게의 차를 사가져 가 비싸게 판다고 한다. 좁은 의자에 앉아 보이차에 관해 관심을 보이니 여주인이 여러 가지 차를 맛 보였다. 차를 따서 바로 말려 만드는 생차는 체내 지방을 녹여 다이어트에 좋으나 카페인 성분이 높고, 덧겨서 만드는 숙성차는 카페인 성분이 제거되고 고혈압과 피를 맑게 해 준단다. 오래될수록 맛이 순하고 향이 짙다고 한다. 벼루다가 18년 된 보이차를 600위안에 샀다. 보통 원형모형의 차 판매 단위는 375g인데 여기에 담긴 얘기가 애잔하다. 가족을 떠나 오랜 시간 척박한 차마고도를 지나면서 환한 보름달이 뜨면 가족이 생각났다. 둥근달과 같이 둥글게 둘러앉자 음식을 나누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가족을 그리워했다. 375라는 숫자는 3+7+5=15. 매월 15일은 보름달이 뜨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티베트족의 마방의 애환을 담은 특별한  숫자이다.


차를 파는 다른 가게에 들려 가격을 살펴보니 동일한 보이차를 3배 이상 비싸게 팔았다.


고성야경을 보기 위해 다음날 야간에 다시 들렸다. 낮보다 더 활발했고 사람들이 더 붐볐다. 낮의 차분한 분위기와 달리 카페와 술집 거리가 화려하게 불을 밝혀 선남선녀들을 불러 모았다. 가게마다 중국인이 넘쳐났다. 가게 밖에서 노래와 춤을 엿보는 중국인들이 줄을 섰다. 곤명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에 쫓겨 젊은 가수 지망생들이 불러대는 노래를 감상하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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