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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Sep 28. 2020

제주도, 마라도에서 긴꼬리벵어돔을 낚다.

윤달이 낀 올해 바다낚시 수확이 영 신통치 않다.


다대포에서 출발하여 형제섬이나 외섬으로 선상낚시를 나가면, 참돔과 부시리 몇마리는 낚아와서 친구들과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었는데 올해는 번번히 실패했다. 물때가 맞지 않고, 냉수대가 자주 겹쳐 입질조차 하지 않았다. 자연히 낚시가는 횟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코로나로 활동반경도 좁아지는 이 때 마스크 벗어 던지고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바다 한 중간인데, 고기가 낚이지 않으니 낚시 가기도 어중간해서 망서리고 있었다. 후배가 숙박과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함께 가자는 제안에 혹해서 따라 나섰다.


제주도 공항에 도착하여 마른 바다생선구이로 식사를 한 뒤 모슬포항으로 달려 갔다. 우리가 타려던 마라도행 마지막 배는 3시반이 아니라  2시반이라고 했다. 배시간이 변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3시 10분. 하루 전에 반드시 배 운행시간을 확인해야 했다. 고민하다가 마라도에서 숙박을 제공하는 사장의 배를 불러 마라도로 향했다. 우리 일행중 바다낚시의 대가 민병진 프로가 민박집 사장을 호출했다. 우리나라에서 바다낚시를 즐긴다하는 사람은 거의 다 민프로에게 한 수 배우거나 후배이므로 '누구야' 하고 부르면 존경해 마지 않고 냉큼 달려 온다.

 

우리는 대합실로 표시된 곳 옆 숙박집에서 묵었다. 식당을 겸하고 있고, 인근에  미니마트가 있어 편하다.


저녁 나절에 밑밥을 준비하고 채비를 챙겨 민박집에서 도보거리에 있는 선착장으로 낚시하러 갔다. 이미 여러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어서 공간이 확보되는 직벽아래로 전유동 추를 던졌다. 민프로가 밑밥을 투척하여 고기를 모우고 민프로, 고문님과 내가 나란히 낚시를 즐겼다. 제법 큰 긴꼬리 벵어돔이 올라 왔다.

낚은 물고기를 민박집 수족관에 살려 두었다.




다음 날 아침. 민박집의 골프 카트를 빌려 마라도를 한바퀴 돌았다. 40여가구가 마라도 주민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사는 사람은 이보다 적고, 보이는 건물마다 식당을 하고 민박을 제공하였다. 얼마 전까지 육지 사위와 마라도 장모사이의 알콩달콩한 사이를 TV로 방영했던 집이 나타나고 그 주인공 장모가 물질을 마치고 카트를 타고 가게로 돌아보는 모습이 보였다. 좁은 섬에 있을 것 다 있었다. 학교, 성당, 교회, 법당이 있고, 보건소, 발전소도 보였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동통신설비도 막강해서 기지국 1식과 여러 중계탑이 보였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예전 TV에서 마라도에서 '자장면 시킨 분!' 이라는 광고가 유행했다. 덕분에 마라도에는 여러 곳에 자장면과 짬뽕을 파는 식당이 있어 낚시를 즐기는 점심시간에 중국식당에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해물짬뽕, 친구는 자장면.

짬뽕을 다 먹은 나는 자장면 맛이 궁금했고, 친구는 짬뽕을 먹을 걸하고 후회했다. 맛은 고만고만 하다는 얘기다.


그 날 새벽에 일어나,  5시 10분쯤에 낚시 채비를 하고 선착장으로 나갔다. 날은 여전히 어둑어둑한데, 이미 여러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7시 40분까지 낚시대를 드리웠지만 입질 한번 받지 못했다. 밑밥을 치지 않았으니 고기가 몰려올 이유가 없다. 고기는 다른 낚시꾼이 투척하는 밑밥에 홀려 그 곳에 모여 있는데, 나는 엄한 곳에서 2시간 반동안 빈낚시대만 들고 이었던 것과 같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밑밥을 충분히 챙겨 다시 선창장으로 나왔다. 이번엔 우리 뿐이었다. 같은 숙박집 묵었던 한사람이 우리와 동행하였다. 그는 제주에 사는 분으로 한달 중 열흘을 낚시를 즐기며, 유튜브 민병진 낚시를 통해 바다낚시 기술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실제 민프로를 만나 한 수 배우겠다고 마라도로 찾아 온 사람이다. 두 사람은 낚시에 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민프로가 낚시바늘을 잡고 제주분이 낚시대를 당기며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민프로는 나에게도 전유동 낚시를 할 때 낚시줄을 제어방법을 가르쳐 주었고, 주요 포인트를 가르칠 땐 목소리로 따라 외치라고 했다. 민프로는 일본에서 낚시로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최초의 낚시 박사 소유자로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프로이다.


민프로가 밑밥으로 고기를 모아 선착장 바로 밑에서 긴꼬리 벵어돔, 범돔, 돌돔과 독까치를 낚았고, 선착장 앞 여에서 물고기들이 일으키는 보일 한 중간으로 찌를 날려 벤지리와 벵어돔을 낚아 냈다. 한 번은 보일 한 가운데로 던진 찌가 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순간 잽싸게 낚시대를 채었으나 물고기가 더 빠른 속도로 바닥으로 쳐 박았다. 팽팽하게 낚시줄을 유지하다가 다시 느슷하게 풀어주니 바닥에서 빠져 나오는 듯 했으나 다시 쳐박아 낚시줄이 더욱 팽팽해졌다. 강제집행을 위해 낚시줄을 감으니 드랙이 뒤돌았다. 결국 원줄이 끊어져 버렸다. 얼마나 큰 놈이기에 그리도 민첩하고 힘이 좋았을까?


새벽부터 시작해서 별이 보이는 저녁 늦게까지 낚시를 즐겼다. 허리와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이 아렸다. 주저 앉고 싶었고, 낚시대를 접었다가도 고기가 잘 올라오면 다시 낚시대를 드리웠다. 원없이 낚시를 즐겼다. 중노동에 가까운 낚시였다.  


마라도에서 숙박을 하면 주인장이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물론 끼니마다 나오는 음식이 다르다.  삼겹살 구이, 흑돼지와 오징어 두루치기, 족발, 회, 계란말이, 톳무침... 푸짐하고 먹을 만했다. 특히 생선를 튀겨 양념간장를 얹진 반찬이 생선조림보다 맛있었고, 두루치기가 맛있었다. 식사 한끼에 만원이고, 일박에 7만원 한다.     




제주도 일대와 대마도에서 잘 잡힌느 밴자리,  돌돔과 긴꼬리 벵어돔


다음 날은 비가 내려 낚시를 하지 않고 아침배로 제주도로 나가기로 했다. 수족관에 살려 놓은 물고기를 손질했다. 산 놈의 피를 빼고 내장을 분리했다. 이대로라면 집에 가져가서 회로 먹어도 맛있을 것이다. 육지에서 귀한 긴꼬리벵어돔, 돌돔은 회를 치고, 벤자리는 미역국을 꿇여 먹으면 맛있을 것이다.           

          

마라도에서 바라본 제주도 본섬. 산방산이 우뚝 서 있다.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민프로에게 다가와 영광이라며 사진을 함께 찍을 수 있느냐며 청하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아침 10시반 배로 모슬포로 나왔는데, 그 배가 마지막 배라고 했다. 우중에 낚시를 계속했더라면 오후에 나오려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배가 없어서 마라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1박을 더 했어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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